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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투표권리법이 위험하다

1960년대는 미국 역사에서 매우 특별한 연대다. 비로소 미국이 제대로 된 민주국가의 틀을 갖췄다. 이전에는 차별과 배제의 역사였다. 노예해방이 곧 인간의 존엄성을 완전히 보장하진 않았다. 흑인들은 참혹한 린치를 당하고 공공장소에서 분리됐다. 국가별 할당제 이민제도는 아시아계의 이민을 가로막았다.

제도 변화는 언제나 느리게 진행된다. 사회 변화를 열망하는 대중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에 이르러야 관철된다. 60년대의 민권운동은 비민주적 제도의 혁파를 요구했다. 정치권은 세 가지의 기념비적인 법률을 통과시켜 이에 응답했다.

민권법(Civil Rights Act of 1964)은 인종과 성별 출신국 등에 따른 차별과 공공장소에서의 인종분리를 금지했다. 이민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 of 1965)은 국가별 할당제를 폐지하고 가족초청 시스템을 도입했다. 1965년 이민법은 미국이 본격 다인종 국가로 향하게 된 기폭제다.

그리고 투표권리법(Voting Rights Act of 1965)이다. 투표권리법 제정 이전 미국은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다. 투표 참여에 공공연한 차별과 장벽이 존재했다. 거의 백인만이 실제로 해당되는 아버지의 투표권을 자동승계하도록 허용하거나 특별 세금을 내야 하거나 고의로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 읽기.쓰기 능력 평가를 통과해야 투표권을 부여하거나 심지어 투표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대놓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흑인과 유색인종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핵심 절차인 선거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이는 주로 남부 주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이다.



결국 민권운동의 주역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행동가들이 나섰다. 그들은 앨라배마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그 유명한 투표권리 촉구 대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행진 대열을 무자비하게 탄압했고 그 장면들은 고스란히 전국에 뉴스로 전달됐다. 미국식 민주주의의 민낮이 드러난 이 사건을 정점으로 결국 투표권리법은 제정됐다.

투표권리법은 투표 참여를 가로막는 이전 관행들을 미 전역에 걸쳐 전면 금지했다. 아울러 특히 남부 주들을 비롯해 투표 참여 차별의 역사가 있는 주와 지역을 감시하고자 중요한 조항도 포함했다. 투표권리법의 정수인 제4조와 5조 조항이다. 제4조는 특별관리 대상 주와 지역을 선정하는 기준을 명시했다. 여기서 기준이라 함은 인종별 유권자 등록현황 과거의 행적 등이다. 제5조는 4조가 명시한 기준에 따라 선정된 주와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절차와 행정에서 무언가를 바꾸려면 반드시 법무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이 제4조와 5조는 배제가 아닌 통합의 민주주의를 가능케한 핵심 조항이다.

그런데 지난 2013년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제4조와 5조에 따른 규제 대상인 남부 주들이 제기한 조항 폐지 요청 법률소송에서 연방대법원은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판결문은 이제는 평등한 투표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었으니 제4조가 명시한 특별관리 지역 선정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방의회가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라고 판결했다. 제4조가 위헌판결을 받는 바람에 5조도 덩달아 유명무실한 조항이 되었다. 사실 그간 뉴욕시의 일부도 제4조와 5조의 해당 지역이었다.

당시 판결은 불합리한 결정이었다. 원인과 결과의 상관관계를 면밀히 숙고하지 않았다. 평등한 투표권리가 보장되었으니 제4조는 없어도 되는 게 아니다. 제4조가 있어 그나마 평등한 투표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니 제4조의 원문 그대로의 지속 유지는 아직 유효하고 중요하다. 5대 4로 결정난 판결에서 소수의견을 피력한 루스 긴스버그 대법관은 말했다. "이번 판결은 쏟아지는 폭우를 막고 있던 우산을 현재 옷이 젖어 있지 않다고 거둬버린 것과 같다."

지난 8월 6일은 투표권리법 제정 50주년이었다. 그날 맨해튼 폴리스퀘어엔 뉴욕시의 이민자.사회단체들과 주요 노조들이 집결해 대규모 연합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투표권리법 제정을 기념하고 투표권리법 제4조 개정을 위임 받은 연방의회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길 촉구했다. 숱한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제정된 투표권리법은 원래의 정신대로 유지되어야 옳다.

차 주 범

민권센터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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