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78.0°

2020.08.08(Sat)

[삶의 향기] LA에 예비교무들이 다녀갔습니다

[LA중앙일보] 발행 2015/08/11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5/08/10 17:10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언제 어느 곳에 처하더라도 저보다 백배는 잘들 할 것이고 출가자로서 변변히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처지에 후배들에 대한 조언이 주제 넘는 일인 줄 모르지 않지만 이 길을 몇 년 먼저 가고 있는 선배라는 이유로 노파심에 몇 가지 부탁의 말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프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을 좋아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프로의식'을 좋아하는 것이죠.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해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다른 부분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매력이 있지만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가 아무리 뛰어난 외모와 만능을 겸비했다 하더라도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요즈음 같이 전문화된 시대에 성직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원불교 교무의 전공은 무엇일까요. 부동산 시세에 둔하다거나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교무들에게 그다지 치명적이 아닙니다. 하지만 좌선에 대한 실력이나 '정전' '대종경' 등 원불교 경전 해석에 있어 세상 사람들에 뒤진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겠죠. 세상을 건지기 위해 출가한 원불교 교무의 전문성이 의사 변호사에 비할 수 있을까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우리의 전공분야에서 만큼은 프로의식을 가진 후배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둘째 신심과 공심입니다. 불가에서 강조하는 신심(信心)이 퇴색되어가는 느낌입니다. 무조건 믿고 따르기만 하는 것도 문제지만 논리와 경험적 지식만을 숭상하는 과학 지상주의는 또 다른 종류의 '맹신'일 수 있습니다. 과학이 진리공부에 기여를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진리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입니다. 불가에서 스승과 교법에 대한 신심이 부족하면 깊이 있는 진리공부(신앙.수행)를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불법의 정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신심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성직자라면 프로의식도 필요하고 신심도 깊어야 합니다. 광범위한 인문 과학적 교양도 무용하지는 않을 것이고 해외에 근무한다면 어학에 대한 실력도 무시 못 할 것입니다. 단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기를 서원한 우리에게 이러한 능력들은 오로지 공심(公心) 위에서만 빛을 발할 뿐입니다.

신심과 공심 없이 교리에 해박한 교무와 교리 실력은 없지만 신심과 공심이 투철한 교무 중 한쪽을 택해야 한다면 저는 기꺼이 후자를 택할 것입니다. 지혜와 복덕을 장만하는데 그것이 훨씬 빠르다고 믿기 때문이죠.

여러분이 한 생 혹은 영생을 바쳐 공부하기로 결정한 이 회상의 스승님들이 아는 것과 재주보다 신심과 공심을 강조한 이유를 간과하지 않길 바랍니다.

쓰다 보니 중언부언 사족(蛇足)이 되고 만 것 같네요. 전생의 인연 소치이든 이생의 본인 선택이었든 기위 원불교 교무의 길에 들어섰으니 출가수도인의 본의를 충분히 드러내길 그래서 못난 선배들의 부족함을 채워 주길 감히 부탁해 봅니다. 여러분의 숭고한 뜻과 총명함이 공중을 위해 빛나게 활용되길 멀리서나마 응원할게요.

drongiandy@gmail.com

관련기사 금주의 종교 기사 모음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김준서 이민법 변호사

김준서 이민법 변호사

클라라 안 플래너

클라라 안 플래너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