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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대학 등록금에 눈돌린 미국 대선

[LA중앙일보] 발행 2015/08/17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8/16 16:02

김동필/선임기자

'버니 샌더스는 무료로 한다는데?' 대학에 다니는 둘째 녀석이 불쑥 아내와의 대화에 끼어든다. 힐러리 클린턴이 등록금 인하 공약을 발표했다는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내심 놀랐다. 정치에는 무관심한 줄 알았는데 알 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등록금 걱정은 노후 걱정을 앞선 지 오래다. 등록금 납부 시즌만 되면 전전긍긍이다. 학비 인상폭이 소득 상승폭을 훨씬 앞질러 가니 가랑이가 찢어질 수밖에 없다. 주립대인 UC계열만 해도 80년에 비해 등록금이 20배 이상 올랐다. 이에 반해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은 명목 중간소득 상승은 2배가 조금 넘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해도 고민이다. 더 많은 빚을 지고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 안쓰러움 탓이다. 졸업 후 상대적으로 수입이 높은 의대나 법대, MBA 지원자들이라고 해서 이런 고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학비 상승 메커니즘은 단순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재정부족-주립대 지원 예산 축소-등록금 인상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 수입을 늘릴 방안은 없는지, 대학경영에 낭비 요소는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기보다는 학부모 주머니를 손쉬운 해결책으로 본 까닭이다.

이렇다 보니 등록금 문제는 학부모는 물론 젊은층에게도 가장 민감한 이슈다. 이미 전체 학자금 부채 규모가 1조2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학자금 빚을 안고 있는 사람도 4300만 명에 이른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융자금 상환에 발목을 잡히는 실정이다.

결국 빚 갚느라 지출을 줄여야 하고 이들의 소비 위축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치인들이라고 이를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알면서도 선뜻 나서는 정치인이 없었다.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 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해법은 포기나 파격 둘 중의 하나인 셈이다.

그런데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이를 간파한 모양이다. 파격적인 공약들이 이어진다. 기선을 잡은 것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였다. 그는 일찌감치 주립대 등록금 면제,학자금 융자 탕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재원 마련의 수단으로 부자 증세를 약속했다.

이런 공약 덕분인지 요즘 샌더스의 유세장은 인파로 넘친다. 그리고 지지들 사이에서는 '변화(change)'라는 구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워싱턴 정계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불만의 표시인 듯 싶다. 샌더스 후보 앞에 따라다니는 '사회주의자'라는 생경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이 그에게 환호하는 것은 일단 속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샌더스의 지지도가 높아지자 역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뉴 칼리지 콤팩트(New College Compact)'라는 공약을 내놨다. 10년간 3500억 달러를 투입해 주립대 등록금을 인하하고 커뮤니티 칼리지 학비는 면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학자금 부채 탕감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화당의 유력 후보들은 아직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이렇다 할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등록금 문제가 아직 대선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로 부각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처럼 "내 수입이 연간 4000만 달러"라고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답을 내 놨으면 좋겠다.

아들에게 물었다. '등록금 면제 정책을 시행하려면 재원이 필요하고, 납세자들은 세금을 더 내야 할 텐데?' '차라리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낫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는 젊은 유권자들도 대거 투표소로 향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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