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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체자 보호'가 불편한 사람들

이재희/사회부 차장

캘리포니아가 독자적인 이민개혁을 통해 서류미비자를 품고 있다.

가주 정부는 이미 자격이 되는 서류미비자에 학비보조, 의료서비스 지원, 운전면허증 발급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민자를 차별하고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가주노동법에서 '외국인(alien)'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기로 했다.

서류미비자가 가주에서만은 안심하고 살면서 공공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거주 허가증(Residence Permit)' 발급도 추진하고 있다. LA타임스는 이를 놓고 '가주판 시민권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기사를 쓰면서 합법, 불법 체류신분을 떠나 가주에서 산다면 가주 시민으로 끌어안겠다는 정부의 의지라고 해석했다. 이민자 권익을 보호하려는 의도라고 받아들였다.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 커뮤니티에 반가운 소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독자 전화나 코리아데일리닷컴에 달린 댓글 등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낸 세금으로, 세금 한 푼 낸 적 없는 불법체류자 배만 부르게 한다" "불체자에게 너무 너그럽다" "캘리포니아에서 불법 체류는 벼슬"이라고 했다.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한 친구는 최저임금 인상안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LA시 공청회에 참석했다가 한 노숙자를 만났다고 했다. 평소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동의하는 이가 있을까 의심했는데 공청회에서 만난 노숙자가 딱 그렇다고 했다. 그 노숙자는 트럼프가 사용하는 단어와 같거나 비슷한 단어로 "불체자 권리를 위해 시간 낭비를 하지 말라"며 "최저임금 인상 혜택은 모두 이민자에게 돌아가고 이민자는 모두 불체자"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로봇 다리를 달고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된 김세진씨가 나온 TV프로그램을 최근 우연히 봤다. 세진씨는 이 프로그램 마지막에서 "우리 모두 달리기를 할 때 나 혼자만 죽어라하고 달린다면 내가 1등을 할 수 있겠지만 다 같이 손을 잡고 달린다면 우리 모두 1등을 할 수 있다"며 손을 잡고 함께 달려달라고 했다.

그렇다. 세금 한 푼 안 내는 서류미비자가 양지로 나온다면 혜택이라는 권리를 찾게 되는 것에서 나아가 세금 납부라는 의무도 다하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세수가 늘어나고 모두를 위한 공공 혜택도 늘어날 것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이민자·불체자는 물론, 트럼프와 비슷한 단어를 사용하는 그 노숙자도 일자리를 갖게 됐을 때, 혜택을 볼 수 있다.

누구를 위한 것이 나에겐 손해라는 생각보다는 너와 나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손해 보는 느낌이 덜하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이민자다. 합법적으로 미국에 살지만 이민자이기에 받는 차별이 있다. 불체자는 오죽할까. 조금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려 한다면 뿌듯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세상 참 각박하다. 하지만 길게 보자. 여유를 갖자. 그게 나에게도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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