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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너 죽고 나 죽자' 식 할인경쟁

이성연/경제부 차장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가격 경쟁은 필수다.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을 통해 보다 넓은 시장을 점유해야 한다. 수요가 많아질수록 수익은 커진다. 하지만 공정 거래와 정당한 경쟁 인식이 없는 자본주의는 독이 된다.

한인타운 상권도 마찬가지다. 요즘 LA한인타운을 보면 식당부터 마켓까지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다양한 할인 행사 등 소비자 마음을 훔치기 위해 업체마다 고군분투하고 있다.

할인 행사를 표현하는 업계의 용어도 다양해졌다. 플로어 세일 1+1 세일 해피아워 등 그만큼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당분간 경쟁 바람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치열한 경쟁에 심지어 일부 한국산 제품은 한국보다 더 저렴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서 똑똑해진 소비자는 세일 중인 마켓 상품과 식당을 찾는데 익숙해졌다. 목요일부터 시작되는 한인마켓 주말 세일 소주 가격이 싼 식당 해피아워를 실시하는 주점 등 착한가격을 찾아 소비자들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경쟁업체 죽이기 게임'이다. 경기불황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 신규 제품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저가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업체들의 치열한 가격 경쟁에 짓눌려 실적 부담이 증가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세일에 익숙해져 버린 소비자 입장에서 제값을 주고 구입하면 바보가 되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를 통해 만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여기저기서 할인행사를 진행해 매출 타격이 크다.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세일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막무가내식 할인으로 제값을 주고 산 소비자는 신뢰를 잃게 되고 이는 업체끼리 서로 죽이기 식 아니냐"며 한숨을 쉰다.

그루폰 아마존 로컬 등 소셜커머스의 공격적 마케팅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 커머스가 시장의 물을 흐리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잘못된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가 출혈경쟁은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이는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게 되고 신기술 신제품 출시를 지연시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해 결국 경기회복을 늦추는 폐해를 낳는다.

당장의 수익성을 좇다 보니 장기 수익까지 줄어들게 됐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당한 경쟁과 올바른 가격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더 효율적인 소비를 가능케 한다. 공급자들은 더 광범위한 시장의 소비자를 매료시켜 더 큰 이윤을 낼 수 있다.

수익만이 답은 아니다.

시장을 키우기 위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 적어도 많은 이들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지 않은 비즈니스로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을 꾸려야 한다.

한인 시장도 경쟁 질서의 확립이 시급하다. 눈먼 수익 대신 장기적인 안목으로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한인타운 상권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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