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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불교가 종교일까?

박재욱 / 나란타 불교센터 법사

불교는 종교이다. 그러나 그 어원을 어떻게 해석하든 'Religion'은 아니다. 종교라는 말은 불교용어다. 종(宗)이란 한자는 집안에 조상의 신주를 모신 사당의 표시로, 혈통과 가문을 근본과 으뜸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종을 불교용어로 처음 쓰게 된 것은 5세기께 중국에서 인도스님 구나밧드라가 능가경이라는 불경을 번역하면서, 싯다안타(Siddhanta)라는 산스크리트어를 한자 실단(悉壇)으로 소리옮김하고 종(으뜸)이라 주석을 달면서부터라고 한다.

싯다안타는 '완성의 극치'를 의미한다. 그것은 인간이 지닌 모든 속박과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깨달음의 경지이다. 그리고 교(敎)란 물론 가르침을 뜻한다. 따라서 종교를 거칠게 직역하면 '깨달음을 얻게 하는 진리의 가르침' 정도가 되겠다.

반면에 'Religion'은 다양한 해석이 있으나, 3세기께 신학자 락탄시우스는 라틴어 레리기온(Religion)의 어원을 '재연결'로 해석하여 '깨어진 신과의 관계 복원'이란 의미로 정의하였다.



'Religion'이 '종교'로 번역되어 그동안 암묵적 동의하에 통 용되고 있는 것은, 1860년 일본이 독일과 통상조약을 체결할 때, 독일어 '레리기온스위붕(Religionsubung)'을 번역할 마땅한 단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근세에 들어, 신(神) 부재의 종교들을 접하게 된 학자들은 모든 종교에 있어 공통적이고 본질적인 요소를 찾던 중, 그것을 '성스러움'이나 '궁극적 관심' 등으로 규정하게 된다. '성스러움'이란 지고지순한 것에 대한 종교적 감정인 두려움, 신비함, 끌림이라고 하며 '거룩 개념'이라고도 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껭 역시, 종교를 "성스러운 것에 대한 신념과 그것을 토대로 한 공동사회"로 정의하면서 "불교는 신을 세우지는 않지만, 인간의 고통과 구원에 관한 성스러운 진리와 그에 따른 공동체가 있기에 종교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종교학계에서는 일본의 종교학자 키시모토 히데오의 정의를 보편적이며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는 '종교란 인간이 지닌 궁극적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주장과 그것을 신앙하는 무리들에 의해 영위되는 의례를 동반한 문화현상이다. 다만, 종교의 영위와 관련하여 신 관념이나 신성성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정의했다. 이로 미루어, 불교는 키시모토의 정의에 더욱 합당한 종교이나, 그 밖의 정의는 대부분 불교의 심원한 궁극에는 미처 이르지 못했다. 불교는 성과 속, 선과 악 등 이항대립적인 개념들의 어느 한 극단에 대한 차별된 집착을 경계하며, 그것을 초월한 원융무애를 궁극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뻥 뚫려 우주의 안과 밖, 시공이 무너지면 꼴도 없고 이름도 없는 바, 허허탕탕!, 말길이 끊어져 통연 명백한 곳에 성이니 속이니 그 하찮은 언사들을 어디에 두겠는가. 그런즉, 보라! 불교는 무한 통쾌한 종교인 것을.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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