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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확성기에 자유의 소리를 담아라

김 석 하/사회부장

#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소리없는' 역발상 콘셉트의 옛날 광고 문구가 아직도 또렷이 기억난다. 소리없는 연주회도 있다. 현대음악의 거장 존 케이지(John Cage)의 4분33초. 무대에는 피아노 한 대가 있다. 연주자는 자리를 잡고 건반에 손을 올리는듯 하다 말고 옆에 있는 초침시계를 잡는다. 그리고 가만히 있는다. 4분33초 동안.

# 소리 때문에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초현실적인 형국이다. 소리를 크게 해 멀리까지 들리게 하는 확성기 11개 때문에 지난 며칠동안 북한은 강력한 군사적 행동을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그 소리에 자신들을 중상모략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20일 포격 도발을 감행했고 이후 48시간 내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또 포를 쏘겠다며 긴장 국면을 조성했다.

# 소리를 대하는 사람의 심리는 묘하다. 강한 톤의 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는가 하면 잔잔한 소리에 마음을 열기도 한다. 때론 소리없는 적막과 고요함에 자신의 모든 감정을 다 내주는 일도 많다. 사람의 인지능력 중 70%는 시각을 통해서 얻게 된다. 그러나 특이한 점은 시각 예술(그림 등)과 청각 예술(음악) 중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소리 예술이 70%라는 것이다. 시각은 이해라는 요소가 필요하지만 청각은 보편적이고 즉각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예술 천재는 음악 분야에서 나온다.

# 남북이 서로 상대방에게 소리쳐 온 역사는 깊다. 대남.대북 방송은 한국전쟁 이후 계속돼 왔고 간헐적으로(사이가 좋을 때) 중지되곤 했다. 공식적으로 남북이 대남.대북 방송을 중지하자고 합의한 것은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이다. 간략하면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선의의 체제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공교롭게 공동성명 발표 그 시기에 남북은 각각 유신 체제와 주석 체제로 이행했고 최고 권력자 둘은 각각 자신의 권력 강화와 장기 집권을 도모했다. 이후 체제 비방성 대남.대북 방송은 강도를 더해갔다.



# 영화 쇼생크(감옥 이름) 탈출에서 소리는 자유의 상징이다. 누명을 쓰고 무기수가 된 주인공 앤디는 뛰어난 회계일 처리로 교도소장에게 신임을 받는다. 어느날 소장 사무실에서 음반 한 장을 집어든 그는 문을 걸어 잠그고 레코드 판 위에 바늘을 올린다. 운동장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아름다운 여인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이 곡을 운동장에서 멍하니 들은 재소자의 회상. "난 지금도 여인이 뭐라고 노래했는지 모른다. 내용을 알고 싶지도 않다. 그 목소리는 이 회색 공간의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새장에 날아들어와 벽을 무너뜨린 것만 같았다. 온 재소자들이 한순간 자유를 느꼈다."

# 뉴욕타임스는 22일 사설에서 "북한과 김정은을 설득할 더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옛날 방식의 대북방송을 떠날 때도 됐다고 본다. 확성기의 효과보다는 그 반대가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체재와 위상에서 북한에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보다 나이가 더 많은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이를 안다. 한국정부는 중장기적으로 확성기 소리에서 체재.이념의 내용을 빼라. 확성기에 쇼생크의 오페라나 드라마 대화 쇼 프로 개그 같은 '내용(메시지나 목적)을 모르는 소리'를 담는다면 그게 더 강력한 자유의 전파일 수 있다.

거친 파도는 잔잔한 미풍이 다스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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