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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쓰러진 노인 곁을 지나치는 경찰차

[LA중앙일보] 발행 2015/08/25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8/24 22:28

오세진/사회부 기자

경찰관들이 LA한인타운 거리로 나섰다. 순찰차에서 내려와 직접 걷는다. 가벼운 신발을 신고 끈을 조여맸다. 늘 차에 있던 곤봉과 휴대용 무전기를 착용하고 경찰 모자도 꺼내 썼다. 주민들의 얘기를 기록하기 위한 수첩도 챙겼다. 최근 도보 순찰을 시도 중인 LA경찰국(LAPD) 올림픽경찰서 순찰 경관들의 달라진 모습이다.

도보 순찰은 지난달 올림픽경찰서의 비토 팔라졸로 서장이 내린 특별 조치다. 팔라졸로 서장은 올 상반기 타운 내에서 성범죄와 강도 등 강력범죄가 급증하자 도보 순찰이란 해결책을 제시했다. 평소 차를 타고 순찰을 하느라 자세히 둘러보지 못했던 우범 지역이 많은데 경관들이 직접 걸으며 범죄 예방에 더 힘쓰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감시 기구인 경찰위원회와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경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차량 순찰 대신 도보 순찰을 하면 위급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게 반대 의견의 핵심이다. 경찰 출신인 시민단체의 회원 패트릭씨는 "하루에도 수백 건씩 신고가 접수된다. 출동한 동료 경찰이 지원 요청을 할 때 거리를 걷고 있다면 지원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서장의 도보 순찰 결정은 시대를 거스르는 조치이며 주민들은 더 불안해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위원회 관계자도 "인력 부족이란 벽이 있다. 의도는 좋지만 효율성 문제를 재고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장의 의지는 완고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자세히 타운의 안전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서장의 선택이 맞다. '올바른 선택'이라고 '계속해서 시도해 볼 만하다'고 응원하고 싶다. 타운 내 범죄 문제는 단기간에 효율성만을 높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보 순찰이 가진 장점이 많다. 경관이 우범 지역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범죄자들의 범행 기회를 줄이는 효과가 크다. 캘스테이트LA 연구진은 2012년 "순찰 경관 1명이 우범 지역에서 20분 간 도보 순찰을 하는 효과는 순찰차 5대가 30초 간격으로 순찰을 돈 것과 같은 범죄 억제 효과를 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범죄 발생 억제는 경찰과 주민의 긴밀한 관계 형성으로 극대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도보 순찰은 필요하다. 도보 순찰을 하면서 경관들은 주민들을 만난다. 이때 주민들은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 불법 행위가 벌어지는 장소 등을 신고한다. 실제로 최근 타운 내 시간 외 주류 판매 위반에 대한 단속도 경관들이 유흥가 도보 순찰을 한 결과 이뤄진 것이었다. 주민들은 도보 순찰 경관들과 유대 관계를 맺으며 불법 성매매 업소 도박장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타운 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위급 상황에 대처가 늦다는 지적에도 보완책이 있다. LAPD는 최근 메트로폴리탄 디비전 인력을 대거 늘렸다. LA 전 지역에서 발생하는 총격 등 강력 범죄 대응에 신속히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주마간산. 말을 타고 달리며 산천을 구경한다는 뜻으로 자세히 살피지 않고 대충 보고 지나감을 이른다. 14일 오후 타운에서 한인 노인 한 분이 더위를 못 이겨 쓰러졌다. 인근 도로로 순찰차 한 대가 지나갔다. 멀어져가는 순찰차를 보고 다른 한인 어르신이 한 마디 툭 던졌다. "경찰이 봤어야했는데 그야 말로 주마간산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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