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꿈이 회계사·조종사·기자·소방관? 큰일났군요

"로봇이 10년 내 일자리 15% 대체"
1시간 걸리는 증권뉴스, 로봇은 5분
로봇 관련 산업 일자리는 늘어나

내러티브사이언스는 로봇을 활용해 각종 금융 기사를 작성한 뒤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판매한다. 이 업체가 개발한 로봇 기자 퀼은 사람이 쓰면 1시간 이상 걸리는 증권 뉴스를 5분만에 완성한다. 로봇이 기자가 되는 '로봇 저널리즘'을 구현한 것이다. 지난달 일본 나가사키현에 문을 연 헨나호텔에서는 객실 안내부터 짐을 옮겨주는 역할까지 로봇이 맡고 있다. 호텔을 운영하는 데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동급 호텔의 절반 수준인 9000엔(약 75달러)으로 숙박료를 낮췄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 사람과 로봇이 일터에서 나란히 일하는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시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빠르고 정확하게 제품을 생산하는 조립 로봇부터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수술용 의료 로봇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로봇이 활용된다. 이로 인해 포레스터연구소는 10년 내에 미국에서 로봇이 2270만 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전체 일자리(약 1억5000만 개)의 15%를 로봇이 차지하는 셈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지난해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앞으로 20년 안에 로봇이 일자리의 35%를 대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함과 동시에 미래에는 기존에 없던 새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새로 창출될 일자리를 감안해도 로봇 때문에 10년 내에 9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포레스트연구소는 분석했다.

단순.반복 업무의 일자리는 이미 로봇에 잠식당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BI인텔리전스는 앞으로 20년 안에 로봇으로 대체될 가장 유력한 일자리로 텔레마케터를 꼽았다. 복잡한 업무라 해도 명확한 공식이나 매뉴얼에 따라 규칙성을 가질수록 로봇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회계사와 판매원.기자 등이 대표적이다. 화재를 진압하고 위험한 사고현장에서 활약하는 소방관 또한 로봇이 대체하게 될 직업 중 하나다.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 '딥러닝(deep learning)'의 발달로 로봇은 창의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자리까지 파고 들고 있다. 딥러닝을 통해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고 경험하며 노하우를 쌓는다면 예술.창작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얻게 된다.

일부 전문가는 업무 자동화를 진행하는 기업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적 로봇 전문가 앨런 윈필드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업무 처리에 '자동화 세금'을 매겨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지원금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