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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인 교계의 '유명인 바라기'

[LA중앙일보] 발행 2015/08/29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8/28 19:32

장열/문화특집부 기자.종교담당

종교를 통해 어떤 소리에 귀를 기울이십니까. 종교는 의미와 가치를 담아냅니다. 그래서 울림이 있습니다. 생각하고 변화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것이 종교의 힘입니다. 하지만 종교가 전하는 소리를 들을 때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누가 말하는가'를 더 중요시하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같은 메시지라도 화자가 소유한 힘과 영향력을 보고 상대적으로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는 중요합니다. 다만, 화자에 비중을 두는 습성은 유명세 또는 명성에 따라 메시지에 차등을 두는 잘못을 범할 수가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목회자, CCM가수 등이 잇따라 미주 한인교계를 찾았습니다. 교계의 '유명인 바라기'는 대단합니다. 거액의 초청비용은 물론 대대적인 홍보활동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교인들도 쉽게 우르르 몰립니다.

그런 행사를 취재하다 보면 늘 갖는 의문이 있습니다. 과연 유명 목회자의 설교나 메시지가 평소 들을 수 없는 특별하고 대단한 내용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절대 오해하면 안 됩니다. 유명인을 폄하하거나 그들의 메시지가 무가치하다는 게 아닙니다. 내용을 잘 살펴보면 평소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소리라는 겁니다. 많은 이들이 큰 목소리(유명 종교인)만 좇다 보니 주변의 작은 목소리는 그냥 흘려듣는 건 아닐까요.

종교담당 기자로 활동하다 보면 미자립교회부터 대형교회까지 수많은 종교인을 만나게 됩니다. 사회적 잣대로 봤을 때 인지도가 낮고, 외형적(교회 크기)으로 보잘 것 없어도 유명 목회자 못지 않게 의미 있는 소리를 전하며 삶으로 그 가치를 보여주는 이들은 너무 많습니다. 종교를 통해 가치를 찾고자 한다면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의미 있는 소리여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건지, 유명 목회자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듣는 것인지 말입니다.

종교가 유명세만 좇다 보면 헛된 욕망을 가진 종교 지도자를 양산하게 됩니다. 종교계에서도 소위 '힘'을 가져야 주목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은연 중에 뿌리를 내립니다. 신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의 본질을 따르기보다는 '팬(fan)'이나 '군중'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그런 종교는 이미 세속화의 방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종교를 끌어가는 실제적 원리가 세상적 개념과 별반 다를 바 없다면 이미 그 자체로 빛을 잃고 있는 겁니다. 종교가 다른 가치와 차별될 수 있는 근거는 무한의 개념을 담은 종교가 유한의 세속을 초월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초월은커녕 세속에 편승된다면 종교가 갖는 의미가 특별할 수 없습니다.

교회는 늘 "세상과 달라야 한다"고 외칩니다. 정말 다를까요. 예수가 오늘날 목회자로 활동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봤습니다. 그는 학벌도, 내세울 만한 것도 별로 없습니다. 교회 건물도 없고, 제자라며 데리고 있는 교인 수도 고작 12명밖에 안 됩니다. 딱히 흠모할 만한 매력도 없습니다. 그런 예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유명인 바라기'에 매달리는 요즘 풍토라면 예수의 설교는 들리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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