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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는 즐거워] 50년을 혼자 아침 먹었다…그래도 나는 아내가 좋다

나는 아침밥을 늘 홀로 먹는다. 50년을 지켜온 전통이다. 홀로 먹는 아침밥은 그래도 여전히 꿀처럼 달다.

나는 내 평생에 나의 사랑하는 아내에게 아침밥을 얻어먹어 본 기억이 없다. 나는 아내와 결혼할 때 내 아내가 늦잠꾸러기인 줄을 미처 몰랐다. 옥에도 티가 있다고 했듯이 미녀에다가 아무 것도 흠 잡을 데가 없는 나의 마누라였지만 아침엔 늦게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나는 이 세상에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자고 하늘에 별이 총총할 때까지 자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나는 그런 아내와 많이 싸웠다. 심지어는 아내에게 못할 말도 했다. 왜 그렇게 늦게 일어나느냐며 욕설도 했다.

'춘희'라는 듀마의 소설에 보면 춘희는 늘 밤참을 먹는다. 그리고 늦게 잔다. 춘희는 결핵환자지만 늦게 자는 이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소설에나 있을 법한 일인 줄 생각했다.



나하고 싸우고 한국으로 가버렸던 아내가 돌아왔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아침을 혼자 먹는다. 그 시간, 나의 마누라는 침대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다.

나는 죽을 때 혼자 죽을까 싶어서 제일 두렵다. 나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곳, 그래서 정말 가기 싫은 그곳으로 떠날 때 잘 가라고 손 흔들어주는 한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 한 사람은 가능하다면 늦잠꾸러기 나의 아내였으면 좋겠다.

서효원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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