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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영화 '암살'과 안희정 충남지사

[LA중앙일보] 발행 2015/08/31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8/30 18:05

안유회/선임기자

지난 15일은 광복 70돌이었다. 해마다 맞는 광복절이지만 올해처럼 씁쓸한 해도 드물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일본은 사죄를 표명해왔다"며 사죄를 거부했다. 과거는 잊자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딱 맞는다. 게다가 조선인 강제징용의 참혹한 과거가 살아있는 해저탄광 군함도는 일본 근대산업혁명의 현장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그나마 광복 70돌의 의미를 살린 것은 영화 '암살'과 안희정 충청남도 지사의 광복절 기념사였다. '암살'은 광복을 말하는 방식에서, 안 지사의 기념사는 광복의 해석에서 대전환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일제강점기를 전달하는 말투는 언제나 비장했다. 암살은 이를 통째로 바꿨다. 할 말 다 하지만 비장하거나 엄숙하지 않다. 쾌활한 말투로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진다.

영감은 안옥윤에게 말한다. "어이, 삼천불 우리 잊으면 안 돼." 비장하지 않다. 비장하면 부담스러우니까. 화면에는 말하는 영감만 나온다. 시선은 비스듬하게 화면 밖의 안옥윤을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은 관객에게 하는 말이다.

"매국노 몇 명 죽인다고 독립이 되나?"라는 반문에 안옥윤은 망설임없이 답한다. "알려줘야지, 우리가 계속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안옥윤은 이 대사를 아무렇지 않은 듯 심상하게 던진다.

암살은 캐릭터와 플롯, 스토리 모두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흥행공식을 철저히 따르면서 그 안에 우리가 지운 김원봉을 다시 쓰고 우리가 잊은 무장투쟁 여성독립운동가를 되살려낸다.

1000만 명이 보면 하나의 현상이다. 재미만으로, 의미만으론 1000만 관객을 넘지 못한다. 시대의 흐름과 정서를 짚어내야 한다. 특히 영화의 주관객층인 20, 30대의 정서에 맞아야 한다. CJ CGV리서치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암살'의 관객층은 20대 36%, 30대 26%, 40대 23%였다. 50대는 10%가 안 됐고 60대 이상은 3%에도 못 미쳤다. 오히려 10대가 60대 이상보다 많았다. 또 여성관객이 62.4%로 남성보다 많았다. 관객구성은 암살이 독립운동과 광복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깼음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독립운동가는 온몸이 굳은 의지의 철인이 아니다. 웃고 농담하고 술도 마시고 예쁜 옷도 입고 춤도 춘다. 암살은 광복 70주년에 바칠 만한 멋진 화법이다. 암살 이후 우린 독립운동을 얘기하면서 비장하지 않아도 된다.

암살이 관객 1000만 명을 넘던 날 안 지사는 광복절 기념사에서 "광복절을 자랑스러운 '승리의 날'로 기념하자고 제안"했다. 광복을 주어진 것으로 여겨 승리의 날로 부르지 못 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 민족은 전 세계 평화 세력의 일원으로서 제국주의를 굴복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권도 없는 식민지가 어떻게 승전국이 될 수 있냐"는 반론을 상정한 뒤 프랑스의 예를 들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는 맥없이 독일에 함락됐"지만 "레지스탕스의 치열한 저항과 망명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당당히 승전국의 지위를 얻었"다는 것이다. 안 지사는 "우리는 프랑스보다 더 오랜 기간, 더 큰 희생을 치르며 일본 제국주의와 싸웠습니다"라며 "우리 후손들이 애국선열들이 만든 자랑스러운 이 역사를 '승리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 했다고 스스로도 자신을 인정하지 못한 과거를 거부하자는 것이다. 이런 시각의 전환은 영화 암살만큼 멋지다.

광복 70돌, 영화 한 편과 기념사 한 문장에서 변한 세대와 변한 시각을 느낀다. 이제 광복절을 경쾌하고 당당하게 맞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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