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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경전을 읽는 방법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성자들의 가르침이 기록되어 있는 경전은 일반 이야기책이나 과학책과는 읽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

첫째, 머리(이성과 논리)로 읽어야 한다. 부처님께서도 의리선(이성과 논리에 의한 선)을 먼저 공부하라 하셨고, 대종사께서도 "진리를 다루는 사람은 말 없는 것으로만 해결을 보려고 하는 수가 많으나 그것은 큰 병이다. 참으로 아는 사람은 그 자리가 원래 처음과 끝이 없는 자리이지만 처음과 끝을 분명하게 구분할 줄도 알고, 언어의 길이 끊어진 자리이지만 능히 언어로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둘째, 전체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간혹 전체중 한 대목만을 인용하여 비판을 하곤 한다. 그 한 마디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전체를 이해해야 하는 것처럼, 성자의 말씀에 담긴 진리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 가르침의 대체적인 줄거리를 이해해야 한다.

셋째, 머리와 함께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마음으로 읽는다는 것은 존경심과 간절함으로 읽어야 한다는 말이고, 불가의 용어로 말하면 '신심'과 '서원'이다.



'즉심시불(卽心侍佛·마음이 곧 부처다)'을 '짚신세벌'로 잘못 알아들은 짚신 장수가 '짚신세벌'을 정성스럽게 외워서 깨달았다는 말이나, 주문의 뜻을 해석해 달라는 제자들의 말에 "주문은 뜻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정성스럽게 외우면 정력과 위력을 얻는 것이다"라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 등은 경전을 대하는 태도가 어때야 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넷째, 진리의 궁극은 '사량'이 아닌 '관조'로 깨쳐 얻으라고 하셨다. '사량'이란 분별과 주착에 가린 중생의 마음이고, '관조'란 청정한 불성으로 비추어 본다는 말이다. 다른 색깔의 색안경을 쓰고 있는 두 사람이 어떤 물건의 색에 대해 시비를 가리는 것만큼 우스꽝스런 일은 없다. 분별과 주착을 놓고 본래 갖고 있는 불성으로 경전을 읽는다는 것은 각자가 쓰고 있는 색안경을 벗고 물건의 색을 구분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바로 색안경을 벗는 것이 불법을 공부하는 목적이라 할 수 있고, 불가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지성의 결정체인 수학 체계에 모순이 없음을 증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를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라고 하는데, 이성과 논리로 시비를 가리려들면 모순되는 경우가 반드시 생기게 된다는 내용이다.

종교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모두 다룬다. 보이지 않는 세계는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이성과 논리는 경전공부의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궁극의 경지에 도달할 수는 없다는 것이 불가의 입장이다. "이성과 논리로 이해되는 것만 받아들이겠다" "이해는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성자의 가르침이기 때문에 진리로 받아들여 내 생활에 활용하겠다"를 두고 옳고 그름을 말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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