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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온라인 사진 한 장이 가져온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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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5/09/08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5/09/04 17:22

최주미 / 조인스아메리카 차장

엎드려 잠든 아이의 뒷모습은 늘 애잔했다. 놀다 지쳐 잠들었건 칭얼칭얼 투정 끝에 뒤척이다 잠들었건, 쌔근대는 여리고 작은 뒷모습에는 세상 시름과 번잡을 고요히 잠재우는 평화의 아우라가 날개처럼 돋아 있었다. 어미와 아비된 자의 서툰 보호 본능을 무한히 성장시키는 힘이 있었고, 그 등을 토닥여 안아주며 생명의 존엄과 보호할 책임과 헌신에의 의지를 다지게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때문에 지난 2일, 터키의 한 휴양지 바닷가로 떠밀려 와 모래사장에 얼굴을 묻고 엎드린, 엄마를 찾다 잠들어버린 듯 숨져있는 세살배기 시리아 아기의 사진을 처음 온라인에서 접했을 때, 나는 어떤 참혹한 장면에서보다 더 강력한 충격과 시린 아픔을 무방비로 맞아야 했다.

목숨을 건 탈출에 실패한 시리아 난민 가족의 아기 아일란 쿠르디의 슬픈 주검 사진은 그렇게 전세계를 울렸고 온라인을 적셨다. 터키의 통신사가 공개한 이 한 장의 사진은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KiyiyaVuranInsanlik)'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면서 처참한 난민 현실과 자국 이기주의 앞에 사라져버린 인류애와 외면해 왔던 지구촌 이웃들의 벼랑 끝 일상을 전세계인에게 웅변했다.

사람들은 쿠르디에게 천사의 날개를 붙이거나 장난감으로 둘러싸인 요람 위에 올려주거나 유엔 총회장에 엎드려 잠든 아기의 모습으로 합성하는 등 인도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만들어 온라인에 공유하며 어린 생명의 죽음을 애도했다.

아일란의 이름을 딴 펀드에 구호기금이 모이고 '난민을 환영합니다'라는 인터넷 청원에 수십만의 시민들이 서명했으며 난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자기 집에서 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늘어 국가적인 대책 촉구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들은 자국 사정을 들어 난색을 표했던 시리아 난민 수용을 전격 결정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시작됐다. 온라인에 공유된 사진 한 장이 불러온 기적이며 힘이다.

두 주 전에는 거리에서 볼펜을 파는 아빠와 그 어깨에 기대어 잠든 어린 소녀의 사진도 온라인을 강타했다. 내전 중인 시리아를 떠나 베이루트로 찾아든 아빠가 어린 딸을 안고 거리를 떠도는 모습의 그 사진은 트위터에 올려진 후 '펜을 사자(#BuyPens)'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급속히 소셜 미디어에 퍼졌고 펀드레이징 사이트를 통해 전세계로부터 18만 달러의 성금을 모으는 등 희망적인 결과까지 이끌어냈다.

20세기 사진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는 "사진 속에는 현실이 있고 이것은 때때로 진짜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인 불가사의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엄존하는 현실을 담아낸 한 장의 사진은 언어나 문자보다 수백 배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다. 이 폭발적인 소구력을 지닌 무기가 이제는 소셜 미디어의 네트워크를 타고 순식간에 지구를 돌면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아무나 현장을 목격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그 장면을 볼 수 있는 시대를 이끌어낸 소셜 네트워크의 힘은, 한 장의 사진이 냉엄한 현실을 드러내고 양심을 찌르며 닫힌 마음과 더불어 국경의 문까지 열어내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바야흐로 '소셜 시민주의' 시대다.

세상을 움직이는 소셜의 힘이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진 진화를 거듭하게 될 지 궁금해진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내 모습도 더불어 뜻밖의 변화를 경험해볼 수 있으려나? 어쩐지 설렌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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