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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신념은 나침반의 바늘이다

[LA중앙일보] 발행 2015/09/14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9/13 19:30

김석하/사회부장

# 신념은 굳게 믿는 마음이다. 신념으로 똘똘 뭉친 자를 사람들은 좋아하고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신념은 희뿌옇거나 물렁물렁한 것과는 대척점에 있다. 단단한, 확고한 등과 어울린다. 이 대목에서 신념의 진짜 정체가 언뜻 비친다. 짝을 이룬 형용사만 봐도 신념은 다른 생각(의견)이 파고들 틈이 없도록 둘러쳐야 하는 단단한 막이 필요하다. 정리하면 신념은 굳게 믿는 마음과 굳게 믿지 않는 마음이 비슷한 비율로 공존하는 상태다. 그 사이의 단단한 막이 여러 충돌과 문제를 일으킨다.

# 수학은 종교적 신념과 엇비슷하다. 수학을 처음 배울 때 아이는 1+1=2를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부모의 강압에 일단 외워서 답변을 하지만 곧바로 또 엉뚱한 대답을 한다. 지금 생각해도 1+1=2는 진짜 어려운 문제다. 하나와 하나가 더해지면 도대체 왜 둘이 되는가. 계속 윽박지름을 당하고, 교육을 받으면서 1+1=2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전환된다. 1+1=1이나 1+1=3은 신념의 한 부분인 굳게 믿지 않는 분야로 넘어간다. 아이는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없다. 이해가 안 된다. 이후에는 수학과 같은 과정을 밟아 신념으로 바뀐다. 그러나 상당수는 이 과정을 이탈하거나, 엉뚱한 존재를 신으로 대체한다. 이 부류는 해당 종교인에게 굳게 믿지 않아야 할 범주에 놓인다. vice versa.

# 동성결혼 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죄로 법정구속됐다가 풀려난 법원 서기 킴 데이비스가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그를 마틴 루터 킹이나 로자 파크스 같은 민권운동가로 추앙하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반대편은 이를 두고 추한 것을 아름답게 만들려는 시도라고 깎아내린다. 공무원인 그가 현행법을 어겼는데도 석방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려면 왜 공무원직을 관두지 않느냐고 비아냥거린다. 신념은 한 번 정해지면 다른 생각을 안 한다. 딱 부러지게 확고한 신념은 광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무섭다.

# 매우 성실한 사람이 수백만 명을 죽였다. 아돌프 아이히만. 나치 유대인 과장으로 유대인을 유럽 각지에서 폴란드 수용소행 열차로 이송하는 최고 책임자였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숨어다녔지만 결국 체포돼 이스라엘에서 재판을 받고 처형됐다. 재판에서 그는 유대인을 박해한 것에 대해 당시는 전쟁중이었고 서슬퍼런 나치 상부에서 지시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을 지켜본 유대계 미국인 사회학자 한나 아렌트는 '저렇게 평범하고 근면한 사람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괴물'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부당한 명령이라도 해도 한 번 받아들이면, 비판 없이 그 명령을 수행하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아이히만의 유죄 근거를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부재'라고 결론졌다.

# 신념은 나침반의 바늘과 같아야 한다. 바늘은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남북을 가리킨다. 하지만 그 바늘은 항상 바르르 떨린다. 그 미세한 떨림은 한나 아렌트가 이야기하는 '비판적 생각'이고 '너그러운 이해'다. 제대로 된 신념은 막무가내의 단호함이 아니라, 생각과 이해라는 두 지점 사이에서 '떨리는 믿음'이어야 한다.

리더의 덕목 중 신념은 필수다. 자신의 신념에 맞춰 강한 드라이브로 소속원을 끌고나가야 한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신념의 목표를 떨리게 할 내부 비판이 없다면, 반드시 뭔가가 잘못돼가고 있는 것이다.

나침반 바늘의 떨림은 와해의 전조가 아닌, 목표를 제대로 찾기 위한 팽팽한 긴장감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사회든 국가든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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