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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나는 왜 한국사람이 아닌가요"

오수연/문화특집부 차장

비숍과 매머드 스키장으로 가는 395번 하이웨이에는 '만자나 유적지(Manzanar Historic Site)'가 있다. 세계 제 2차대전 당시 미국에 살고 있던 일본계 이민자들을 강제 수용했던 장소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거주 일본인들이 간첩활동이나 폭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일본인들의 강제수용을 결정했다.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던 일본인 이민자들에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1942년 5월 9일 포고령이 떨어진 일주일 뒤 일본인들은 지정된 장소로 집합해야 했다. 소지품은 1인당 가방 2개만 허락됐다. 그렇게 11만여 명에 달하는 일본인들이 전국에 있는 10개 수용소로 보내졌다. 수용된 일본인의 3분의 2 이상이 미국 시민권자였다. 그렇게 일본인들은 이민 와서 일궈 온 모든 터전과 자유를 잃은 채 3년여간 집단 수용소에 갇혀 지냈다.

만자나를 같이 방문했던 일행 중에는 "그래도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비하면 일본인 강제수용은 아주 신사적이었던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강제징용에 위안부까지… 그에 비하면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단순 비교만 한다면 그렇다. 게다가 미국은 대통령이 공식 사과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1988년 수용소에 갇혔던 일본인들에게 2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민자라는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미주 한인들에게 갑자기 짐 가방 2개만 갖고 수용소로 가라는 강제명령이 떨어진다면 어떨까. 집도 직장도 비즈니스도 다 버리고 말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 2세들은 어떻게 현실을 받아들일까. 과연 이를 '신사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한국 중앙일보는 창간 50주년 특별기획으로 '국적 없는 아이들'에 대한 심층취재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그중 불법 체류자들 자녀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아이들은 국적이 없어 학교에서 전교 10등을 해도 대학에 갈 수 없고 기본적인 의료혜택도 받을 수 없다. 잔치국수에는 깍두기가 제격이라고 말하는 콩고 불법체류자의 아이(10세)는 "난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 음식 먹으며 자랐고 한국말을 해요. 콩고 말은 전혀 몰라요. 그런데 왜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닌가요"라고 반문한다. 타국에 사는 같은 이민자로 또 주변에 불법체류자들과 더불어 살고 있는 입장에서 안타까움은 더 크다.

지금 한국의 외국인 수는 150만 명이 넘는다. 국민 32명 중 한 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많은 이들이 모국을 떠나 타국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더 나은 삶을 위해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역지사지다. 여러 나라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한인 이민자들이 있다.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한국 정부가 좀 더 포용력을 갖고 한국 내 외국인들을 바라보길 바란다. 미국에 사는 한인 2세들이 반듯하게 자라길 바라듯 깍두기를 좋아하는 피부색이 다른 아이가 한국인으로 자랑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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