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칼럼 20/20] 전당포 주인의 '경제학'

김완신/논설실장

전당포 주인에게 지금의 경기상황을 진단하라면 호경기라고 할까, 불경기라고 답할까.

최근 LA타임스는 웨스트할리우드 지역의 한 전당포 업주를 소개했다. 올해 71세의 엘리옷 솔터는 1964년 문을 연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다. 전당포는 경기가 좋으면 손님이 맡겨 놓고 찾아가지 않은 고가의 물품이 잘 팔려나가고,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 소소한 물품을 가져오는 손님들이 많아져 활기를 띠게 된다. 솔터는 호경기와 불경기는 주기적이라며 직설적인 답을 피했다. 그는 다만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갖고 일을 하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아져 생활은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고 에둘러 답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최악이었던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유럽 경제의 불안으로 미국경제가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증시가 다소 불안하기는 해도 실업률은 낮아지고 경제지표도 개선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솔터의 전당포에는 당장의 식비가 없어 낡은 카메라와 렌즈를 30달러에 맡기고, 70달러 주차티켓 벌금을 내려고 싸구려 보석을 놓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빈부격차다. 서브프라임 사태에도 부유층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수입이 증가했다. 2012년 기준으로 미국내 상위 10%는 하위 10%보다 19배 많은 소득을 올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인 9.6배를 크게 상회한다. 80년대 이후 추세를 보면 상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빈부차이는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와 일반직원의 임금에서 극렬하게 대비된다. 하버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일반 직원보다 평균 354배 많은 임금을 받는다. 반세기 전만 해도 20배 차이에 불과했지만 간극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대대수 미국 직장인의 월급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CEO의 연봉이 크게 오른 결과다. 가장 격차가 큰 회사는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으로 CEO는 일반 직원에 비해 2282배까지 더 받는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와 월마트의 덕 맥밀런 CEO도 일반직원보다 각각994배와 804배 많다.

서민들의 각박한 삶을 보여주는 지표는 또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가구소득에서 아파트 렌트비가 30.2%를 차지해 197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0.7%포인트 오른 수치다.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의식주 문제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전당포 업주 솔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럭저럭' 살 정도의 돈도 벌지 못한다고 한다. 항상 필요한 만큼보다 부족하게 버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시장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부와 풍요를 가져다 준 자본주의는 불공평한 분배의 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시장의 논리는 수익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고 독점하게 만들었다.

2016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선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의 최근 돌풍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의 지지율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아성을 위협하면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섰던 그는 부유층에 편중돼 있는 부를 일반에 분배해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익부 빈익빈 사회에 대한 정면승부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민주적'이라는 수사가 붙기는 하지만 사회주의자로 불린다. 민주국가에서 사회주의적 이상을 실현하려는 정치인이다. 웨스트할리우드 전당포 업주도 "통제되지 않은 자본주의는 견디기 힘들다"며 "이는 통제되지 않은 공산주의와 같다"고 말한다. 정치인의 유세에서도, 전당포 주인의 '경제학'에서도 자본주의는 위태롭기만 하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