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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어머니의 힘

김완신 편집위원

신문에서 자주 접하는 기사 제목 중에 이런 것들이 있다.

'세 자녀의 엄마 교통사고 사망' '어린 자녀 두고 엄마 감옥행' 등등.

한국과 미국신문에 종종 등장하는 제목이지만 여기에 '엄마' 대신 '아빠'가 들어간 헤드라인은 드물다. '세 자녀의 아빠 교통사고 사망'이란 제목은 거의 보지 못했다.

몇년전 미국의 한 언론인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분석해 모성을 자극하는 제목은 많지만 '아버지의 정'을 부각시키는 제목은 적다는 칼럼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만큼 독자들에게 '모정'은 '부정'보다 더 애틋한 감정으로 다가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부정'이라는 단어는 넉넉한 사랑 정도로만 느껴지지만 '모정'이라는 말은 자식을 위해 생명까지 버릴 수 있는 강렬한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조지 부시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는 한 어머니가 외로운 시위를 하고 있다.

작년 4월 이라크에 파병돼 전사한 케이시 병사의 엄마인 신디 시한이다. 이 여성은 지난 6일부터 부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시작했다. 18일 LA에 사는 어머니의 심장발작 소식을 듣고 시한은 크로퍼드 목장을 잠시 떠났지만 다시 돌아와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신디 시한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전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반전 바람이 불고 있다. 크로퍼드 목장 주변의 이웃들은 시한이 목장에 더 가까이 가서 시위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반전단체 회원들의 동조가 이어지고 있다.

텍사스뿐 아니라 전국 1500곳에서 '신디 시한을 위한 촛불 집회'가 추진되고 있으며 파리 등 외국에서도 이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반전을 외치는 이들은 '대통령' 부시가 아닌 '군 최고통수권자'로서의 부시에게 그들의 요구를 주장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휘몰아쳤던 반전열풍은 지금은 힘을 잃은 상태다. 반전운동을 주도할 만한 인물의 부재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반전운동의 쇠락을 가져왔다. 특히 이라크 전쟁의 경우는 9.11사태로 인한 미국민의 분노에 편승해 별다른 반전운동 없이 전쟁의 정당성을 부여 받았다.

신디 시한이 시위를 하는 동안 부시 대통령은 크로퍼드 목장에서 '마지막 위대한 황제:알렉산더 II(The Last Great Tsar Alexander II)'를 읽고 있다. 부시가 휴가를 떠나면서 가져갔던 책중의 하나다.

알렉산더 2세는 1860년대 농노를 해방시킨 혁명 군주다. 그는 테러집단이 무력으로 혁명주의자들을 전복시키려 하자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인물이다. 이 선포는 군주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알렉산더 2세'를 읽으면서 테러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부시에게 신디 시한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를 척결하는 세계의 대통령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의 안타까운 절규에도 가슴을 열어야 한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시위를 하고 있는 신디 시한이 입고 있었던 티셔츠에는 '나는 진실을 알기 원한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녀가 알기 원했던 진실은 무엇일까.

어수선한 이 시대의 '진실'이 후대의 역사가들에 의해 어떻게 기록될지는 지금으로선 흘러가는 시간을 지켜볼 수 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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