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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LA생활 3개월, 사람 소리가 그립다

[LA중앙일보] 발행 2015/09/17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9/16 18:54

한 주 혜 / 사회부 인턴기자

알람이 요란스레 울린다. 하숙방 창문 사이로 LA의 뜨거운 햇살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출근할 준비를 서두른다. 학생 딱지를 떼고 사회인이 된 지도 벌써 석 달째다.

차가 없어 걸어서 출근하는 길. 빵빵거리는 자동차 소리, 혼자 중얼거리는 노숙자 소리, 출근하는 사람들 구두 발자국 소리 등 LA한인타운의 잡다한 '소음'을 들으며 걸어간다.

회사 도착. 아침 일찍 배달돼 온 각종 신문들을 가지런히 정렬한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각종 사건.사고들을 살펴본다. 내 앞뒤 양쪽 선배 기자들이 오전부터 무엇인가 열심히 자판을 두드린다.

카카오톡 메시지가 온다. '앗 실수다. 내가 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선배의 차갑고 날카로운 꾸중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나는 '죄송합니다'라고 보내기 전, 잠시 고민을 한다. ①죄송합니다… ②죄송합니다! ③죄송합니다 ㅠㅠ

1번은 뭔가 꽁해 있는 것 같고, 2번은 거만하고, 3번은 너무 장난스러워보인다. 짧은 한 마디지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이 제대로 잘 전달될까? 답답하다.

전쟁터 같은 일터다. 선배 '병장'들이 메시지 탄피를 장전한다. 카톡 총알들이 여기저기서 날아온다. '피융피융~ 와다다다다다다-'

정신없이 총알을 피하다보니 어느새 퇴근시간이다. 인턴 이등병, 오늘도 소리없는 전쟁터에서 무사히 생존.

저녁 시간대가 되어서야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쪽지 하나가 붙어있다.

'음식물이 흘러내려 냄새가 심합니다. --. 정리 부탁합니다'

'찍찍' 이모티콘 기분 나쁘다. (--이모티콘을 찍찍이라 부른다) 흥, 얼굴이나 보고 말하지. 괜히 언짢다. 초코파이 하나를 입에 물고 방으로 돌아온다.

출근 전 침대에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놓은 옷들을 개며 예능 프로그램을 본다.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러고 보니 오늘 처음이다. 웃는 거 말이다. 문득 외로움이 느껴졌다. 한국에 계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엄마의 잔소리로 시작되는 아침이 그리웠다. 밥 짓는 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아파트 안내 방송 소리도 그립다. 그렇게 듣기 싫었던, 왜 자기 옷 입었느냐며 짜증내는 언니의 소리, 칭얼대는 조카 소리마저 그립다.

어쩌면 나는 사람 소리가 그리웠나보다. 컴퓨터, 스마트폰, TV를 통해 듣는 소리가 아닌 진짜 사람의 소리 말이다. 출근길 거리의 소리들은 '소음'일 뿐이다.

정보화 시대를 넘어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족, 친구간의 소통이 단절됐다는 씁쓸한 뉴스를 많이 접한다. 주변에서도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갑자기 엄마한테 전화가 온다. 영상 통화다. "딸~ 잘 지내지?" 휴대폰 화면에 엄마의 밝은 얼굴이 보인다. 엄마 옆에는 자기도 바꿔달라며 '짜증내는' 언니의 목소리도 들린다. 엄마 얼굴을 보며 온갖 투정을 부린다. 그렇게 LA의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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