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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뿌리' 못내리는 뿌리교육

김완신 편집위원

한인 2세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얼마전 타운의 한 단체가 주최한 행사는 뿌리교육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현장이었다.

"일제 침략은 다 지나간 일인데 지금 옛날 일에 얽매일 필요가 있나요?"

행사에 참석한 한인 2세들이 한 말이다. 식민지 지배의 아픈 역사가 그들에게는 그저 단순한 사건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한국의 지난 역사를 마치 옛날옛적 전설처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이 행사가 열린 시기에 멕시코 한인후손들이 LA를 방문했다. 한인 4세인 이들 후손들은 멕시코인과의 혼혈로 피부색까지 변해 있었지만 항상 '한국계'라는 정체성을 간직하고 성장했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증조할아버지의 이름을 기억했고 선조들의 한맺힌 이민역사도 잊지 않고 있었다.



멕시코 한인후손들은 국민회관 한국문화원 등의 방문을 통해 한인 이민역사와 한국문화를 경험했고 8.15광복절 행사에도 참가해 다시금 한국인임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슷한 연령대지만 미주 한인 2세와 멕시코 후손들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본국과의 교류도 활발한 미주 한인 2세들은 우리의 역사를 잊고 사는데 100여년의 긴 세월을 한국과 고립돼 어렵게 견뎌온 멕시코 이민자의 후예들은 역사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함석헌씨는 저서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고난의 역사'로 기술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이라면 셰익스피어를 못읽고 괴테를 몰라도 한국의 역사는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도 고난을 많이 겪은 한국의 역사를 배워야 하는 것은 그 고난 속에 한국의 얼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고난 속에서 역사는 빛을 발한다. 에네켄 농장의 슬픈 역사와 역경의 삶을 인내해 온 조상들이 멕시코 후손들에게 뿌리와 역사에 대한 애정을 깊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반면 이민 앞세대들이 일궈놓은 부족할 것 없는 환경에서 사는 한인 2세들에게 역사는 그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다.

세상의 모든 현상은 상호간에 수직.수평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역사와 뿌리교육은 항상 전세대에서 후세대로 전수되는 수직적인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 부모 세대가 역사를 가르칠 수는 있어도 자식 세대가 부모들에게 역사를 전할 수는 없다.

한국 역사의 현장인 본국에서 살고 있지 않아도 역사에 소홀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 자라나는 2세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교육하는 것은 1세대들의 의무이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지금 미주 한인사회의 뿌리교육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인 2세들의 뿌리교육과 역사의식 함양을 위해 발족한 LA종합교육관의 분규는 결국 법정소송에까지 이르렀다. 본국 정부가 한미교육재단의 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양측이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뿌리교육은 점점 공허한 외침이 될 수 밖에 없다. 모든 교육의 출발은 전세대의 본보기에서 시작된다. 모범을 보이지 않은 부모세대에게서 자식세대들이 배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1세들의 갈등과 반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2세들을 위한 뿌리교육이 무성한 줄기는 커녕 '뿌리'조차 내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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