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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해야 가치 있는 인생 살 수 있다"

[인터뷰] '존엄한 죽음' 설파하는 김충정 패밀리터치 부원장

한인 노인 대상 8년간 25차례 '죽음준비 세미나'
유언장·장례준비·버킷리스트로 '삶의 질' 향상
자신의 삶 마지막까지 주도하며 사는 것이 목표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을 잊고 산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 8년 동안 한인사회에 25차례의 죽음준비 세미나를 통해 장차 다가올 죽음에 대비해야 본인은 존엄한 마지막을 맞을 수 있고 주위 식구와 친지들이 편안하다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가정사역단체 패밀리터치의 김충정(사진) 부원장을 만나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우리는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의 인생 여정을 보면 모든 단계마다 다음을 위해 준비하면서 살아간다. 출산 준비 입학 준비 취업 준비 결혼 준비 등 새로운 단계로 잘 가기 위해 우리는 거기에 맞는 준비를 해야만 한다. 인생에서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죽음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가 자신 스스로는 물론 가족과 주위 사람에게 죽음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는 죽는다'는 확실한 사실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불확실한 사실 두 가지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명백한 진실을 모르는 게 아니라 외면하고 있다. 자연재해와 사고 테러와 전쟁으로 우리 주변에는 죽음이 일상사처럼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죽음이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에게 다가온다면 어떨까. 더 나아가 나 자신의 죽음이라면 존재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기에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 그러므로 이런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어야 성숙한 삶의 자세를 견지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추모 속에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죽음 자체는 선택적이지 않다. 다만 죽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죽음을 맞는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의학적 조치에 따라 인위적으로 죽음을 연장시키거나 중단할 수 있는 현실에서 나의 바람과 결정은 무엇인지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특히 자신이 현재 하는 일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인 틀 안에서 자신의 죽음과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미리 준비하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커다란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능한 존엄한 죽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혹시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삶의 의지를 약하게 하고 새로운 도전이나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지는 않는가.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볼 때 미리 준비하는 게 우리의 결정과 도전 활동을 약화시키거나 위축시킨 일이 있는가? 준비하는 건 어떤 일이나 상황에 바르게 대응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일이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한 준비도 삶의 질을 높이고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중요한 일이다. 질문한 내용과 오히려 반대로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많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죽음 준비를 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는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식견을 갖는 것이 시작이다. 이를 위해 간단한 공부와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전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했던 말이지만 '사생관'을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는 내세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과 영원에 대한 생각들을 해 보는 것이다. 이는 죽음에 대한 종교적.철학적 접근을 통해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일이다. 셋째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있었던 인간 관계의 껄끄러움을 정리하는 화해와 용서도 중요한 준비과제다. 재산 뿐만 아니라 정신적.문화적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유언을 준비해야 한다. 또 요즘 회자되는 존엄사와 연결되는 리빙윌(사전의료지시서)을 작성하는 일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넷째는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장례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이는 자기 삶에 대한 주도적 역활을 끝까지 행하는 것이다. 또 "평안히 잘 죽었다"는 말은 "잘 살았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마지막으로 남은 삶을 잘 살기 위해 인생을 살면서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적는 '버킷리스트' 작성을 권하고 싶다."

-한인사회에 죽음준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사역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노인들에 관심을 갖고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뉴욕과 뉴저지에 있는 노인사역단체들을 방문했다. 대부분 사역단체들의 관심은 건강과 소셜워크(Social works)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그것보다는 노인들의 정신적.감정적.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음준비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을 지난 8년 동안 25번이나 했다. 많은 분들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차분하게 준비하면서 귀중한 삶을 살다 가족과 친지들이 사랑 속에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는데 조그만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박종원 기자

park.jongw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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