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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공화당의 '작은 돌풍' 피오리나

김완신/논설실장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거드 회장의 부활이 시작됐다. 16일 공화당 후보 2차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누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1차 토론회 때만 해도 3%의 지지율로 '마이너 리그'에 속했던 그가 불과 한 달여만에 주 무대로의 입성을 알린 것이다.

1차 때와 비교해 트럼프의 지지도는 32%에서 24%로 추락한 반면 피오리나는 15%로 수직상승했다. 세련된 화술과 명확한 메시지, 탁월한 외교적 식견으로 2위에 오르면서 트럼프를 9%포인트로 추격하고 있다.

칼리 피오리나 후보의 이름에는 항상 '휴렛패커드 최고경영자(CEO)'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내세울 만한 경력이지만 정보기술업계와 미국 경제계에서도 분수령이 된 사례이다. 100년 넘는 휴렛패거드 역사에 최초의 외부 영입 CEO면서 대형 IT회사 최초의 여성 회장이다. '실리콘밸리의 여제'로 불리면서 세계 20대 기업에 처음으로 회장에 취임한 여성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피오리나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1999년 휴렛패커드 회장에 취임했지만 영업부진과 주가하락, 대량해고와 무리한 구조조정 등으로 취임 6년 만에 불명예 퇴진을 했다. 이듬해 발표한 그의 저서 '힘든 선택들(Tough Choices)'은 남성위주의 IT산업 분야에서 여성이 겪어야 했던 고충을 적고 있다. NPR 공영방송은 이 책에 대해 '미국에서 가장 힘있는 여성경영인의 영광과 몰락을 기록한 책'이라고 소개했었다. 회장직에서 쫓기듯 퇴출됐지만 후에 월스트리트저널은 휴렛패거드의 경영구조를 개선시킨 피오리나의 업적을 재평가하기도 했다.



피오리나는 정치경력이 상대적으로 일천하다. 2010년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바버러 박서 의원과 경쟁했지만 낙선해 정계에서 잊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 레이스에 다시 나와 초반의 낮은 지지도를 딛고 당당히 '1군'에 진입하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초반 대선 판세를 가늠하는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도 22%로 트럼프를 누르고 선두에 올랐다.

2016년 대선 캠페인은 초기부터 이변의 연속이다. 정치 철학과 외교 지식의 바닥을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가 '막말' 하나로 수개월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신경외과 의사 벤 카슨 후보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버몬트주 상원의원) 후보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칼리 피오리나는 여성이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위니노믹스' 시대의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여성 정치인의 대표격이라면 칼리 피오리나는 경제계의 대모였다.

얼마 전 주류언론 만평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조 바이든 부통령, 두 사람의 가상대결 모습을 소개하면서 '지루하려야 할 수 없는 대선'이 될 것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조 바이든의 출마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막말'과 바이든의 '말실수'를 빚댄 비아냥이다.

버니 샌더스의 돌풍에 주춤했던 힐러리가 전력을 회복했다. 샌더스의 추격을 따돌리고 지지율 42%를 기록했다. CNN방송과 ORC인터내셔널이 공동으로 21일 발표한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힐러리는 샌더스 후보에 18%p 앞섰다. 힐러리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될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 피오리나가 공화당 주자로 맞선다면 트럼프-바이든 대결보다 흥행성은 떨어져도 의미는 더 크다.

예상하지 못했던 트럼프의 인기와 여성 경제인 피오리나의 선전은 미국의 정치 지형과 선거캠페인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 바람이 트럼프의 승리도, 피오리나의 우승도 가져올 수 있다. 공화당의 최종 대선주자로 어느 후보가 지명될 지는 미지수다. 다만 현재 지지율 1~2위 중에서 택한다면 피오리나의 승리를 상상하는 것이 트럼프를 떠올리는 것보다 훨씬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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