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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동성결혼 가정의 입양 소녀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저는 친부모를 찾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요. 아빠가 엄마를 때리던 장면이 자꾸 생각나는 걸요." 18세된 백인 소녀의 고백이다. 그녀는 네살 때 현재 부모에게 입양됐는데 이전의 일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양녀로 받아들인 현재의 '두 아버지'가 고맙기 그지 없다고 했다. 그녀와 여동생을 늘 약속시간에 맞추어 나에게 데려오는 아버지 마이크는 집에서 주부의 일을 맡아 한다. 음식 만들고 빨래하고 집안 청소를 한다. 그는 무척 감정적이고 삐치기도 잘한다고 한다.

그에 비해 또 다른 아버지 존은 주로 밖에 나가서 일을 해, 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사격에 취미가 있어서 자신도 많이 따라 다녔고, 이제는 법적으로 자격증까지 얻었단다. 처음 마이크의 손에 이끌려 나를 찾아왔을 때 소녀의 나이는 11살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주의집중이 안 되고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지 못할 정도로 부산했었다. 그후 훨씬 나아졌다.

그런데 진학한 중학교에서 적응이 안 돼 고생을 했었다. 게다가 부모가 6살짜리 여자 아이를 입양했다. 각성제 약물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많아서 몸에 붙이는 패치를 사용했는데 치료에 잘 반응했다. 그러나 수학 시간에는 집중을 못해 고생이 심했다. 수학 교사에게 편지를 보내 소녀의 자리를 교실 첫째 줄에 앉도록 요청했다. 또 시험 때에는 다른 학생들보다 좀더 많은 시간을 할당해 달라고 부탁했다. 미국은 법으로 장애 학생을 보호하도록 규정해 놓아 주의산만증 등의 장애가 있는 학생은 특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8학년 때부터 소녀는 수학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학교 밴드에서 트롬본을 불고 태권도 학원에 나가기 시작했다. 피부 부착용 패치 대신 복용약을 시도하기로 했다. 생물 과목에 관심이 높아 생물 교사를 자신의 멘토로 삼기로 결심했었다.



15세가 되면서 소녀는 갑자기 고교 졸업 후 군에 입대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두 아버지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진로를 결정해도 된다고 충고했지만 듣지 않았다.

12학년 때 나를 찾아온 소녀는 자신이 왜 군인이 되기를 원했는지 말했다. 7년간 사귀어 온 남자친구가 해병대에 입대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부모의 설득으로 마음이 조금은 바뀐 것 같았다. 밸리 커뮤니티 칼리지에 3년 과정의 간호사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곳에 관심이 많단다. 나도 찬성했다. 생물 교사를 멘토로 삼을 만큼 생명에 큰 관심을 가졌던 그녀가 아닌가.

더욱이 자신을 고통의 구렁텅이에서 구제해 준 양 아버지들처럼 그녀도 간호사가 되어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녀는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서 일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태어날 때부터 조산아 또는 다른 육체적 질환으로 중환자실에 있어야 하는 아기들에 대한 연민 때문이리라.

6개월이 지난 오늘 그녀가 다시 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간호대학에 갈 준비가 다됐다며 당당한 모습이다. 지난 7년간 소녀를 열심히 나에게 데리고 온 '엄마 아버지' 마이크도 기쁨에 넘쳐 있다. 소녀가 왜 자신을 낳아주었던 부모를 찾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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