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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희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김완신 편집위원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지금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막대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 뉴올리언스가 작품 배경이다.

이 작품은 욕정으로 타락하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견디지 못해 절망하는 쇠락한 농장지주 딸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결국 주인공은 정신이상으로 병원에 수용되면서 끝을 모르는 욕망의 전차를 타게 된다.

작품 제목에 사용된 '욕망'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도로가 실제로 뉴올리언스에 존재한다. 1800년대초 이 지역에서 대규모 농장을 경영했던 로베르 몽트레이가 그의 농장지대를 가로 지르는 도로의 이름을 찾다가 딸의 이름(Desiree)과 비슷한 철자의 단어를 생각해냈다. 그것이 바로 '욕망(Desire)'이었다.

지금도 '디자이어 스트리트(Desire Street)'는 미시시피강에서 폰차트레인 호수까지 이어져 있다. 실제로 테네시 윌리엄스는 이 길에 다니던 전차에서 작품 제목을 가져왔다고 한다.



재즈의 본산이며 프랑스적 전통을 간직한 뉴올리언스는 미국과 영국의 전쟁 때 격전지 중의 하나였다. 당시 이 지역 사령관으로 부임한 앤드류 잭슨 장군은 뉴올리언스 남쪽에 방어벽을 구축했다.

오른쪽으로 미시시피강이 흐르고 왼편에는 늪지대와 폰차트레인 호수가 위치해 영국군이 쳐들어 올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전방의 개활지 뿐이었다. 그러나 적에게의 노출을 감수하면서 개활지를 통과해야만 했던 영국의 전방공격은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수천명의 영국군이 이곳에서 최후를 맞았다. 미군 진지까지 도달한 영국 병사는 단지 1명 뿐이었고 치열한 전투에서 미군 전사자는 10여명에 불과했다. 미국 전쟁사에서 위대한 승리의 하나로 기록된 전투였다.

이렇듯 천연의 요새였던 뉴올리언스의 미시시피강과 폰차트레인 호수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처참하게 함몰됐다. 수천의 영국군을 막아주었던 자연의 방어벽이 오히려 폭풍우를 동반한 카트리나로 인해 대재앙의 원인이 됐다.

카트리나가 불러온 재해는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도시 기능을 회복하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힘들게 일궈온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울부짖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수마가 휩쓸고 간 허망한 자리에 남겨진 이들은 삶의 의지를 상실한 채 비탄에 잠겨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농장지대였던 이곳은 흑인 노예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어 재앙의 피해자들 중에 흑인 빈곤층이 많다.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에 살고 있지만 이들은 당장 거처할 곳과 먹을 것을 찾지 못하고 고통의 시간과 마주하고 있다.

지금 미전역에서는 이들을 돕는 캠페인이 시작됐고 지난 9.11사태 때 신속하게 기금 모금 운동을 했던 한인사회도 뉴올리언스의 이재민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역경에 처한 이재민들을 돕는 것에는 인종이나 피부색 민족의 경계가 있을 수 없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뉴올리언스. 지금 그곳의 수많은 사람들이 절망하고 있다. 그들을 향한 사랑의 손길로 우리는 폐허의 도시에 다시 '희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달리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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