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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SNS에서 벌어지는 '마녀 사냥'

이재희/사회부 차장

지난주 편집국에선 때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페이스북과 오프라인을 떠들썩하게 한, 오렌지색 머리를 한 젊은 남성의 갑질 고발 동영상에 대한 설전이다. '이 남성을 이해한다'는 쪽과 '이해는 무슨, 싸가지 없는 행동'이라는 쪽이 붙었다. 발단은 지난 10일 한 한인이 'LA K타운 오렌지 머리의 갑질'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부터다. 동영상에는 젊은 남성이 식당 종업원들에게 반말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중년의 여성 종업원들이 해명과 함께 사과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젊은 남성을 이해한다는 쪽은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 나도 종종 식당 등에서 너무 화가 날 때가 있다"고 했다. 다른 쪽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했다. 어머니뻘 되는 분들께 너무 심했다"고 맞섰다.

동영상을 본 한인 대부분은 후자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식당 종업원들이 상처 입었을 것' '언제 가서 팁을 두둑이 드려야겠다' 같은 걱정과 격려의 댓글도 있었지만 '누군지 찾아서 매장을 시켜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댓글도 달렸다. 기자가 보기에도 그 젊은 남성은 참 예의가 없었다.



하지만 문득, 만약 이 남성에게도 동영상에 담기지 않은 이유와 사정이 있었다면, 아니 이 남성의 행동이 백번 잘못이라고 해도 내게, 우리에게 그를 무례하다고 단정짓고, 행동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행실을 잘해야 하지만 이 남성은 누군가 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걸 공개적으로 SNS에 올렸다는 걸 알았을까. 사람들에게 이렇게 공개적으로 욕을 먹게 될 거란 걸 알았을까. 그 사실을 나중에 알고 그 심정은 어땠을까.

이 경우뿐만 아니다. 인물 험담이나 업소에서 겪은 안 좋은 경험을 담은 글을 SNS에서 종종 보게 된다. 반응은 대부분 그 글을 올린 이에게 동조하는 내용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나 업소에 대한 욕을 서슴지 않는다. 심하면 신상도 낱낱이 공개된다.

물론 이는 개인의 마음이다. 표현의 자유다. 내 SNS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는데 그 역시 누구도 뭐라 할 자격이 없다.

하지만 조금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그 글을 친구에게만 공개했다고 하더라도, 친구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를 하면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에게로 퍼진다. 그리고 글에 나온 이는 나쁜 사람이 되고 업소는 매상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문을 닫는 등 손해를 입기도 한다. 이런 결과를 원하고, 이런 결과를 예측하고 올리진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 과정은 마녀사냥과 다르지 않다. 이에 따른 결과는 입에 오르내린 이에게 상처가 되는 악플과 다르지 않다.

악플 때문에 사람이 죽기도 했다. SNS에 글을 올리기 전, 댓글을 달기 전, 한 번 더 생각하고 그 파장도 염두에 뒀으면 한다.

무엇보다, 뒷담화는 온라인에서 글로 하는 것보다 오프라인에서 말로 직접 해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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