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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사람들] 한국전쟁 때 해병대 1기 안기호 씨

인천상륙작전 투입 돼 서울 수복
중앙청 태극기 게양 현장 지켜봐



"필승! 선배님, 저희들 왔습니다."

지난 25일 풀러턴의 양로병원 그린필드 케어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안기호(88세)옹에게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OC해병대전우회 정재동 회장과 심경오 이사장이 9·28 서울 수복 65주년을 앞두고 안옹을 방문한 것.

안옹은 "오랜만이야"라며 함박웃음으로 후배들을 맞았다. 휠체어 없이는 거동이 힘들어 전우회 모임에 참석한 지도 오래됐다는 안옹. 그는 반가운 마음에 후배들의 손을 쉬이 놓지 못했다. 정 회장과 심 이사장도 "진작 찾아뵀어야 하는데…"라며 선배의 쇠약해진 어깨를 연신 어루만졌다.



안옹은 65년 전인 1950년 9월 27일 새벽, 인민군 치하의 서울 중앙청을 되찾은 한국 해병대 장병들이 태극기를 게양하던 감격스러운 순간을 현장에서 지켜본 역사의 산증인이다. 정 회장은 "안 선배는 OC해병대전우회에서 당시 상황을 직접 지켜본 유일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안옹은 최근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쟁 당시의 일은 비교적 뚜렷이 떠올렸다.

그는 1948년 해군에 입대했다가 1949년 창설된 해병대로 차출됐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엔 해병 제1연대 통신대에서 통신병 임무를 수행했다. "해군 11기에서 해병 1기가 된거야." 사뭇 커진 그의 목소리에서 강한 자부심이 배어나왔다.

그의 부대는 미군 해병대와 함께 1950년 인천상륙작전에 투입됐다. 안옹은 "부대가 진해에 주둔하고 있을 때, 상륙작전에 차출됐다"고 설명했다. 확률 5000분의 1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한·미 해병대는 이후 12일간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서울로 진군했다.

안옹의 당시 계급은 삼등병조(하사)였다. 임무는 해병 수색대가 수색에 나설 때 함께 움직이며 본대와의 교신을 하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적과 조우할 가능성이 높은 수색대의 특성상 적의 기습공격에 아찔했던 순간도 여러 차례 겪었다.

해병대가 중앙청을 접수한 것은 9월 27일의 일이다. 해병대는 잔당 소탕이 끝난 뒤 태극기 게양식을 가졌다. 안옹은 "게양식을 하는데 마침 그 앞에 서 있었다. 지휘관이 '태극기 게양을 할 병사들 나오라'고 하길래 앞으로 나섰다. 장교와 사병을 포함해 5명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휘관이 또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길래 양보하고 물러섰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비록 태극기를 직접 게양하진 못했지만 안옹은 당시의 감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내가 입대 전에 서울 삼청동에 살았어. 내가 살던 곳을 탈환한 거지."

이튿날인 9월 28일엔 서울 수복이 완료됐다. 국군은 이날 국회의사당에서 수도탈환식을 가졌다.

안옹의 부대는 이후 강원도로 진출해 적과 교전을 벌이다가 후방으로 빠졌다. 그는 휴전 이후에도 몇 년을 더 복무하고 일등병조(상사와 중사 사이)로 제대했고 6·25 참전유공자로서 화랑금성무공훈장도 수훈했다.

OC해병전우회는 5년 전, 안옹에게 특별한 선물을 했다. 지난 2010년 9·28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안옹으로 하여금 중앙청 태극기 게양식을 재연케 한 것이다. 당시 안옹은 감격어린 표정으로 후배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귀신잡는 해병'으로서 전장을 누볐던 안옹도 세월의 무게를 비껴가진 못했다. 휠체어에서 내려 침대에 눕는 것도 다소 힘겨워 보였다. 정 회장과 심 이사장은 안옹에 대해 "항상 묵묵히 뒤에서 전우회 후배들을 돕던 선배"라고 귀띔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OC해병대전우회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안옹의 빈자리가 새삼 크게 느껴져서다.

글·사진=임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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