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칼럼 20/20] '기후 난민'을 향한 교황의 연민

김완신/논설실장

미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환경보존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웠다. 교황은 연방의회 연설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전 교황과는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지난 6월에는 환경보호와 관련해 국제적 공조를 요청하는 회칙을 발표했다. 가톨릭 교회 역사에서 환경문제를 거론한 첫 공식 문건이었다.

교황과 비슷한 시기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는 연설을 했다. 27일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오바마는 "해수면 상승과 가뭄으로 인해 기후변화 난민(Climate Refugees)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구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기후변화 난민은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변화로 살고 있는 터전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을 말한다. 지구가 생성된 후 기후변화 난민들은 많았다. 화산폭발로 고향을 떠나는 사람, 급격한 기온강하로 따뜻한 곳을 찾는 이주민, 생태계 파괴로 새로운 농경지로 이동하는 주민, 모두가 광의의 기후 난민들이었다. 역사적으로 기후변화 난민은 여러 형태였지만 20세기 들어 난민 발생의 주원인은 해수면 상승과 육지 사막화다.

폴리네시아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국토의 가장 높은 지역이 해발 5미터다. 이미 두 개의 섬이 바다에 잠겼고 계속되는 해수면 상승으로 남은 섬들도 위협받고 있다. 조만간 새로운 삶터를 찾아야 하는 주민들이 호주 등에 난민신청을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스리랑카 남서쪽의 몰디브 섬도 최고 고도가 해발 2.4미터에 불과해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 주력 사업이던 관광업이 위축되면서 토착 주민들은 난민이 되어 호주, 인도, 스리랑카 등으로 떠나고 있다.



사막화도 난민을 만든다. 지구온난화로 고비사막 지대에는 매년 1390스퀘어마일에 달하는 지역이 사막으로 변한다. 녹지를 찾아 나서는 난민들의 행렬도 해마다 길어진다.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등의 북부 아프리카 지역도 사막화를 겪고 있다. 매년 400스퀘어마일의 지역이 사막화 되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사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 기후난민의 수는 정치난민보다 더 많다. 유엔난민기구(UNHCR) 통계를 보면 2009년 이후 생긴 기후변화 난민은 3600만명에 이른다. 2050년에는 5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경우 2억명까지 추산하기도 한다. 문제는 정치적 난민과 달리 기후변화 난민은 국제법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난민의 이동을 규정한 국제협약이나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오바마 대통령은 환경문제에 관심을 촉구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사람은 가난한 나라 국민임을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궁극적으로 지구촌 모든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겠지만 현시점에 직접적인 피해는 저개발 국가 국민들에게 집중된다는 인식이다. 한 예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미시시피 델타 지역이 매년 25스퀘어마일씩 바닷물에 잠기지만 난민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교황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간은 자연을 오랫동안 착취해 왔다"며 "더욱이 그 폐해가 후진국 국민들에게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세계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도 결국은 가지지 못한 사람,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사랑으로 귀착된다. '오염된 지구'에 대한 교황의 세상적 관심이 영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유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모든 문제는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인간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자연을 죽이는 것도, 자연을 살리는 것도 '사람'의 일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