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칼럼 20/20] 폐허의 가족들

김완신 편집위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막대한 피해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중 얼마전 신문에 게재된 한 흑인여성 이재민의 사진은 재난의 슬픔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초점없는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은 수만채의 가옥이 물에 잠긴 사진보다 더 강렬한 느낌으로 비극의 현장을 대변하고 있다. 가족을 잃은 그녀의 눈빛은 분노인지 슬픔인지 모를 허망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카트리나로 1000억달러 이상의 재산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보다도 더 가슴 아픈 것은 가족을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이다. 현재 뉴올리언스 지역에서 2만5000구의 시신 포장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9.11 테러가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폐허가 된 그라운드 제로에는 가족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가족을 찾기 위해 가족 사진을 가슴에 품고 그곳에 갔다. 그리고는 무너져 내린 담벽에 안타까운 심정으로 실종된 가족의 사진들을 걸었다.



그후 4년이 흐른 올해 가을. 뉴욕 테러가 발생했던 그 계절에 남부의 항구도시에서는 다시금 가족을 잃은 이재민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수마로 폐허가 된 곳에 무너져 내린 벽도 없고 현장을 찾아가 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곁에 없는 가족에 대한 걱정만 더해가고 있다.

이들은 연락두절의 가족을 찾기 위해 어느 벽에 사진을 붙여야 할까. 수천명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벽이 그들의 대안이 되고 있다.

사우스LA에 거주하는 알티아 에드워즈라는 여성은 뉴올리언스에 살고 있는 아저씨 가족를 찾기 위해 인터넷에 사진을 올렸다. 이 여성은 사진과 함께 현지에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는 기관과 구조요원들에게 일일이 이메일을 보내 아저씨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주민 강제소개령이 내려진 그곳을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이지 않는 가상의 공간에서 친지를 찾아 헤매는 알티아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무언가를 해야만 할 때다"라고 말해 가족을 향한 애타는 심정을 전했다.

카트리나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폐허의 벽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벽에 고통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재앙 앞에 인간은 무력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큰 재앙이라고 해도 세월이 지나면 복구가 된다. 수마가 지나간 땅에서도 꽃은 다시 피고 한순간에 삶의 터전이 무너져 내린 절망 속에서도 실낱 같은 희망은 고개를 든다.

재산은 의지와 노력으로 복구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가슴에 남는다. 시간이 흘러 망각 속에서 조금씩 무뎌질 뿐 영원히 잊을 수는 없다.

엄마를 잃고 진흙 더미에 홀로 남겨진 아이 물살에 휩쓸려가는 남편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여인…. 시간이 가면 도시를 삼켰던 물은 사라지겠지만 이들의 가슴에 남은 이별의 기억은 그 깊은 수심을 낮추지 못할 것이다.

부는 바람에 쓸쓸한 가을이다. 9.11사태가 있었던 몇년 전 가을을 충격과 슬픔으로 보냈는데 또 다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눈물이 이 계절을 더욱 스산하게 만들고 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