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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젊은이에게 조금 너그러울 수 없나요

오세진/사회부 기자

안정환(39·전 축구선수)이 한국에서 뜨거운 화제를 뿌리고 있다. '청춘FC 헝그리일레븐'이란 TV프로그램에서 축구팀 감독을 맡아 리더십을 인정받으면서다. 치열한 경쟁에 치이고, 지독한 부상에 허덕이다 축구 선수의 꿈을 포기해야했던 청춘 24인. 안정환은 이들을 모아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줬다. '난 이미 끝났다'며 자신을 포기했던 젊은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감독 안정환의 모습에서, 미주 한인 청춘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3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 세대'는 희망을 품게 됐다.

안정환이 이끄는 청춘FC는 낙오자들의 집단이었다. 축구를 관두고 어부, 음식 배달원, 파트타임 트레이너 혹은 백수로 살았다. 이제 고작 20대의 젊은 나이. 그러나 축구밖에 모르던 이들은 마땅히 설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안정환을 만나 남루했던 꿈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청춘FC는 최근 유럽 전지 훈련에서 프랑스의 생 트뤼덴, 올림피크 리옹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K리그의 강호 성남FC와의 경기에서도 지난 16일 1대 0 승리를 거뒀다. 몇몇 구단에서는 "눈 여겨 보는 선수가 있고, 발탁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인생에 제2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며 청춘들은 열광하고 있다.

재기는 쉽지 않았다. 일반인에 가까운 몸에 프로급 체력과 기술을 장착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안정환은 막무가내식 스파르타 훈련만 내세우지는 않았다.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기 전, "우리는 가족이다, 팀이다"를 외치며 마음으로 하나 되기를 강조했다. 그가 먼저 실천에 나섰다. 아픔이 있는 선수 한 명, 한 명을 관찰하고 직접 대화를 걸었다. 개인의 몸 상태, 부상 정도, 성격 등을 파악하며 감독의 권위보다는 형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갔다. 이런 감독의 모습에 선수들은 마음을 열고 그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때로는 매서운 채찍질도 있었다. 훈련에 게으르고, 자신감을 잃은 선수들에게는 마음을 아프게 파고드는 충고가 이어졌다. 하지만 선수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그에게 마음의 짐을 털어냈다.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믿을 수 있는 리더이기에 가능했다" 입을 모았다.



사회학계에서는 우리 사회를 '두 번의 기회는 없는 사회'로 진단한다. 한 번 주어진 기회를 실수로 놓치면 낙오자로 찍혀 묻히는 게 현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이직이나 재취업 도전 시, 전 직장을 통해 지원자의 과거 실수가 밝혀지면 절대 뽑지 않는 기업의 행태다.

최근 본지는 한인 젊은이들의 거센 이직 현상을 보도한 바 있다. 적성이 맞지 않아 회사를 그만 두거나, 상사와 갈등을 겪어 사표를 낸 경우가 흔하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더 좋은 여건의 직장으로 이직을 결심했지만 현 직장에 사표를 내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킨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최근 이직에 성공한 정모(27)씨는 '전 직장에서 사표를 낸 이유가 상사와의 갈등이었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현 직장에서도 마음을 졸이고 회사를 다닌다. '우리 회사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란 인식이 굳어지면서다.

물론 개인의 실수가 컸을 수도 있다. 팀워크를 깨뜨리고, 성과를 못 낸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자살골을 넣어 팀을 패배시켰다 한들, 다시는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청춘FC의 팬이라는 정씨는 기자에게 말했다. "안정환은 정말이지 우리 청춘에게 너무 절실한 사람이에요. 우리 젊은이들에게 조금만 더 너그러울 순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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