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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재판 끝난 랭캐스터 일가족 살해 사건…가족들은 '절규'

아버지 "용서한다" 어머니 "용서 안돼" 여동생 "죽어 마땅"

'내 아들 시영아.
네가 죽은 지 7년 4개월이 지나서야 오늘 재판이 끝났구나. 그 두 사람(심재환, 권태원)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어도, 여전히 아버지 마음은 무겁고 아프기만 하다.
아버지는 네가 참 밉다. 어떻게 그리 쉽게 떠나갈 수가 있니. 그렇게 강인하던 너였는데. 조금만 더 버틸 수는 없었던 것이냐. 아버지는 널 평생 잊지 않을 거다. 이렇게 날 떠나 간 널, 미운 마음으로라도 죽는 날까지 기억하마.'

아버지는 고개를 떨궜다. 기자가 아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해달라는 요청을 듣고 메시지를 읊으면서다. 죽은 아들이 '밉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통함이 사무쳐있었다. 랭캐스터 일가족 살인•방화 사건의 피해자 윤시영(당시 34세)씨의 아버지 윤철규(71)씨 얘기다.

윤씨의 '선고 전 최후의 유가족 발언'은 청중을 울렸다. 그는 2일 LA카운티 형사 지법에서 열린 선고 재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피고인 두 사람에게 세 가지를 부탁합니다. 잘못을 뉘우치고 회계하세요. 생명의 빚을 꼭 갚으세요. 그리고, 남은 삶 동안 건강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만 한다면 용서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윤씨의 말을 듣고 있던 베스 소버먼 검사는 참고 있던 눈물을 흘렸다. 래리 폴 피들러 판사도 굳게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았다. 피고인 측 변호사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윤씨는 "용서를 안 하면 뭘 더 할 수 있겠습니까. 마지막까지도 잘못이 없다하는 저들이 부디 진정으로 회계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럼 용서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용서는 누구에게나 쉬운 건 아니었다.
피고인 심재환(46)과 권태원(45)이 재판 마지막까지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다. 특히 권태원은 지난 7월 5건의 살인 혐의와 1건의 방화 혐의를 인정했었다. 그러나 이날 "매우 지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판단했던 것이니 유죄 여부를 재검토해주길 바란다. 난 죄가 없다. 결백하다"고 말했다.

윤씨의 여동생 윤시정씨는 "죽어. 절대 당신들이 저지른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윤씨의 어머니 윤옥순(68)씨도 "내 생명보다 귀한 아들은 더 볼 수가 없는데, 저 둘은 여전히 살고 웃기도 한다. 얼마나 억울한가. 심장이 쪼그라들고, 피가 마르는 듯한 고통"이라며 흐느꼈다.

숨진 제이미(13)양과 저스틴(11)군의 고모 제니스 박(44)씨는 "두 아이의 친부인 우리 오빠는 여전히 직장도 없이 홀로 방황하며 살고 있다. 심재환과 권태원도 아이를 둔 아버지라고 들었다. 어떻게 순수한 아이들을 죽일 수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판사가 유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시종일관 무덤덤했던 심재환과 권태원은 아이들 얘기가 나오자 깊은 숨을 몰아쉬며 표정의 변화를 보였다. 심재환은 자신이 살해한 제니 박(34)씨 사이에서 난 아이가 있었으나 입양됐다. 권태원은 한국에 아이 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들러 판사는 선고 후에 "가족들의 상처는 깊다. 마음을 치유해 줄 수는 없으나, 이젠 조금이나마 편해지면 좋겠다"며 위로했다.
질투와 분노로 다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 사건은 7년 만에 깊은 탄식 속에서 마무리됐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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