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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군대간 아들은 오늘도 아프다

정구현/사회부 차장

군대 간 아들이 아팠다. 말은 어눌했고, 똑바로 걷지도 못했다. 머리와 손이 따로 움직여 전화번호 하나 쓰는 데도 몇 분을 끙끙거렸다. 엄마가 알던 '잘생긴 내 아들'이 아니었다. LA에서 자란 아들이 자원입대하겠다고 한국으로 간 지 한 달여 만이었다. 훈련기간 중 뇌염을 앓아 뇌신경에 손상을 입어 완전히 회복되기 힘들다고 했다.

더 기가 찬 일은 장애를 얻은 아들이 여전히 복무 중이란다. 군에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그런데, 군에선 아들이 멀쩡하다고 했다. 꾀병이라고까지 했다. 자식은 엄마가 제일 잘 안다. "크면서 아프다고 우는 소리 한번 안 한 든든한 장남"이었다. 엄마는 군을 믿을 수 없었다. 청와대와 국방부, 병원에 민원을 넣었다. 그리고 기자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군이 내 아들을 제대로 치료했는지 밝혀달라"고 했다. 김믿음(22) 일병과 어머니 안나(49)씨의 사연을 취재하게 된 배경이다.

안나씨는 지금 LA에 있다. 아들이 아픈데도 한국에 갈 수 없다. 체류 신분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둘째 아들도 두고 갈 수 없다. 힘든 밥벌이도 발목을 잡는다. 안나씨 부부는 식당에서 일한다.

첫 기사는 울림이 있었다. 독자들은 함께 안타까워했다. 일부 독자들의 지적도 있었다. '왜 군의 입장은 첫 기사에서 빠졌느냐'는 질책이다. 그 질책에 대한 답변은 안나씨가 군을 상대로 느낀 '답답함'으로 대신해도 무방하다. 기자는 안나씨의 '주장'에 대해 군에 문의했다. 그런데 군의 명령체계는 예상보다 훨씬 길었다. 중대장이 정훈장교에게, 정훈장교는 사단에 전화를 넘겼다. 꼬박 2시간 만에 어렵게 통화한 사단 장교는 "김 일병이 훈련받은 다른 사단에도 사실관계를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대답은 듣지 못했다.



그래서 이메일을 보냈다. 이틀 만에 답변이 왔다. 김 일병이 장애를 얻게된 경위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내용이다. 반가워해야 할 소식이지만, 반가운 이야기라고만 할 수 없다. 뒤집어보면 지난 5개월간 안나씨가 숱하게 전화를 걸고, 민원을 넣어 해명을 요구했음에도 군이 '조사'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김 일병의 질병은 뇌수막염 혹은 뇌염이다. 김 일병은 4월부터 고열에 시달렸고, 증상이 악화해 3주 만에 국군수도병원으로 응급 이송됐다. 3주 동안 고열과 구토, 설사를 했는데 그동안 의무반에선 해열제만 줬다고 했다. 인터넷에 찾아봤다. '뇌수막염이나 뇌염의 경우 가능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함으로써 생존율을 높이고 후유증 정도를 줄일 수 있다.'

굳이 전문 지식이 없어도 클릭 한번이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쯤은 알 수 있다. 안나씨가 "처음 발병 후 3주간 군이 제때 치료하지 않아 아들이 장애를 얻었다"고 가슴을 치는 이유다. 군의 조사는 김 일병 가족을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군 입장에서도 필요하다. 오히려 군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 일병을 제대로 치료했음에도 장애를 막을 수 없었다면 군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 아닌가. 조사가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김 일병 사연은 다음 주 국정감사에서 거론된다. 5개월간 조사가 없었던 탓에 타의에 의해 '조사 마감 시한' 통보를 받게됐다.

첫 보도 후 1주일이 지났다. 안나씨는 "기사를 써주시고, 여러분이 관심을 보여주셔서 이만큼이라도 왔다"고 고마워했다.

그런 안나씨에게 차마 설명하지 못한 것이 있다. 지난 달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군내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군에서 숨진 병사는 329명이다. 전시도 아닌 상황에서 매년 100명 이상이 복무 중 목숨을 잃었다. 이중 유가족이 민사소송을 걸기 전 군이 자발적으로 배상한 사례는 단 한 건이다.

군에 부탁하고 싶다. '엄마들'은 기다리고 있다. 왜 내 자식이 군에서 죽거나 다쳐야했는지 설명을 듣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군대 간 아들은 오늘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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