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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비타민…매일 읽어야 건강해져"

30년 애독자이자 15년 기고자
'노가다 인생'이 쓴 말랑한 글
"기고문 엮어서 책 펴낼 생각"

"설마 내 글이 신문에 실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말을 꺼내며 쓰다듬는 손이 투박하다. 공사판에서 평생 일한 거친 손이지만, 써내려간 글들은 매끄럽다.

지상문(76.사진)씨는 중앙일보 30년 애독자이자 오피니언면의 단골 기고자다. 2001년 12월22일 첫 기고문을 쓴 그가 지난달 25일 100번째 기고문을 보내왔다.

그는 경기공고,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한평생 건설현장에서만 일했다. 팔당댐, 진해 미 8군 항만, 필리핀 고속도로 등 세계를 다녔다. 그의 표현으로는 '노가다 인생'이다.



억센 현장에서만 산 그가 기고문을 쓴다는 것은 교각을 짓거나 건물을 올리는 것만큼 도전이 필요했다. 14년 전 중앙일보에 보낸 첫 기고문은 예순이 넘어 평생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생각을 쓴 글이었다. 분재를 다듬다가 한국의 친구들 생각에 한밤중에 펜을 들어 썼단다.

"도통 글과는 담을 쌓았던 사람이 굳은살 박인 손으로 펜을 잡고 말랑말랑한 글을 쓸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요. 쓰고나니 스스로도 대견했어요. 그래서 신문사에 보낼 용기도 얻었죠."

글이 신문에 실리고 나서 주변 사람들 반응이 좋았다. '어디서 글 쓰는 법을 배웠느냐'는 칭찬도 들었단다. 그 칭찬들이 100번의 기고문을 쓰게 했다.

그동안 그가 쓴 글의 소재들은 소박하다. 보글거리는 냄비의 유리뚜껑을 보면서 국회의사당 지붕을 유리로 바꾸자는 글을 쓰는 식이다. 안이 훤히 보이는 냄비처럼, 국회의원들을 국민이 감시하자는 내용이다.

같은 '글쟁이'로서 궁금해 글 쓰는 과정을 물었다. 그는 '콩나물'을 예로 들었다.

"콩나물을 다듬을 때 난 머리를 자르고 뿌리는 그대로 둡니다. 볼품 없지만 뿌리에 영양분이 더 많죠. 그러면서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실제로는 쓸만할 수 있다는 발상을 얻습니다." 소재를 얻으면 30권 분량의 '나만의 노트'를 편다. 책 읽을 때마다 좋은 표현들을 따로 뽑아 정리해놓은 '문장 데이터 베이스'인 셈이다. 그 노트에서 콩나물과 연결시킬 문장들을 엮어 기고문을 쓰는 것이 그만의 기법이다.

그가 글을 대하는 자세나 신문에 대한 철학은 15년차 기자가 부끄러울 정도로 바르다.

요즘 신문이 위기라는 말을 꺼내자 그는 토목공학적으로 답변했다. "한인사회를 원으로 그리면 신문은 구심력입니다. 원의 중심을 향하는 힘이죠. 그런데 한인 2세들의 특성은 원심력입니다. 구심력과 크기는 같지만 방향은 반대여서 원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해요. 중앙일보가 구심력이 되어 한인 2세들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그의 꿈은 '800자 분량 기고문'에서 한걸음 더 나가는 것이다. 100개 기고문을 정리해 책을 낼까 생각중이다. 또, 요즘 '고향 나그네'라는 제목을 고민하고 있다. 어릴 적 살던 서울 동대문 집을 찾았을 때 내 고향에서 스스로 나그네가 된 느낌을 받았단다. 이민자로서 그 느낌을 진솔하게 긴 호흡으로 쓰고 싶다고 했다. 물론, 기고문도 계속 써서 보낼 예정이다.

그가 생각하는 신문의 정의가 궁금했다. 잠깐 생각하더니 이내 문장을 뽑았다.

"제게 신문은 매일 먹는 비타민입니다. 읽어야 생각이 건강해지죠."

그러면서 독자로서 부탁도 잊지 않았다. "아마 죽을 때까지 신문을 읽겠죠. 그런데 우린 '가는 세대'입니다. 오는 세대가 읽을 수 있는 신문을 만들어주세요."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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