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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반려견이 중병에 걸렸을 때

부소현/JTBC LA특파원·차장

첫눈에 반했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볼록한 이마, 가끔 살짝 올라가는 오른쪽 입술도 매력적이었다. 그냥 한번 보고만 오려고 했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덜컥 데리고 살겠다고 했다. 반려견 코코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내 몸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주제에 개를 키울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닥치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용기가 앞섰다.

처음 며칠은 혼자 있을 코코 걱정에 점심도 거르고 집으로 달려갔다. 어쩐지 좀 뚱한 표정인 것 같을 때는 퇴근할 때까지 내내 마음이 쓰여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주인의 고충을 알았는지 코코는 금방 새 생활에 적응해 줬다. 뒤뚱뒤뚱 걸어가는 모습만 봐도 미소가 쓱 지어졌다. 저만치 떨어져 이름을 부르면 쏜살같이 뛰어오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낙이었다.

원래 사료를 주지만 생일에는 특별히 간을 하지 않은 소고기 미역국도 나눠 먹었다. 그렇게 10년을 넘게 같이 지냈다. 아픈 곳 없이 자라줘서 기자 벌이가 시원치 않은 것까지 아는 영특한 개라고 농담을 했었는데 지난해 겨울 크게 병치레를 했다. 엑스레이에서 테니스 공만한 종양이 발견했다. 매일 밤낮을 같이 지냈으면서 기껏해야 30파운드도 나가지 않는 몸속에 종양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죄책감이 밀려왔다. 겉으로는 알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는 의사의 위로도 들리지 않았다. 의사는 수술은 할 수 있지만 결과는 책임지지 못한다고 했다. 종양이 다른 곳으로도 전이가 많이 됐다면 수술을 하는 중에 잘못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들 말렸다. 사람 욕심에 괜히 고생만 시키고 돈만 쓰게 될 거라며 포기하라고 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잦은 야근과 출장에 주말이면 밀린 잠을 자기 바빴던 불량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 코코에게 나도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언젠가 읽은 칼럼도 생각났다. 젊은 수의사는 사람들은 키우던 애완 동물이 아프면 고통대신 편하게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주인에게 충성을 다했던 동물들은 아픔을 이겨내고 하루라도 더 주인 곁에 머물고 싶어 한다며 아픈 동물들에게도 삶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수술 후 코코는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다. 의사도 기적이라고 할 만큼 잘 지내줬다. 그러나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3~4년은 더 함께해 주길 바라는 바람은 너무 벅찼는지 지난달 코코는 세상을 떠났다.

애완동물을 좋아하지만 세계 기아 인구가 8억 명이 넘는 현실은 무시한 채 동물에게 돈을 쏟아 붓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비난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물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악용해 학대하거나 생명을 경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최근 병든 개들에게 수혈용 혈액을 공급하는 공혈견 학대 실태에 대한 JTBC 뉴스룸의 탐사보도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혈액을 팔기 위해 수백 마리의 개들을 쓰레기장보다 더 불결한 곳에 가둬두고 기준치 이상의 혈액을 채취하는 모습이 충격을 줬다.

말 못하는 동물은 아픈 기색을 하면 주인이 걱정하거나 혹시 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사람보다 참을성이 몇 배는 더 강하다고 한다. 휴일 아침이면 늦잠을 자는 주인이 깰까 배가 고파도 투정 한번 안 부리고 멀찍이 엎드려 쳐다보던 코코 눈이 아직 생생하다.

하나님은 개들은 잔디에서 뛰어 노는 것을 좋아해 일부러 날개를 달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파란 잔디에서 신나게 뛰어 놀고 있을 코코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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