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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완벽한 '성인'은 언제 될까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Joy(기쁨)라는 소녀는 늘 예쁜 옷을 입고 잘 웃으며 행복한 쪽으로 생각을 한다. 그녀와 친한 Sadness(슬픔)라는 소녀는 슬픔에 잠겨서 늘 기운이 없고 울기를 잘해 다른 사람들까지 슬프게 한다. Anger(분노)는 화를 잘 내고 자주 파괴적인 행동을 한다. Fear(불안)라는 말라깽이는 일이 생기면 불안해서 벌벌 떤다. Disgust(혐오)라는 소녀는 남의 말을 비꼬기 잘하고 다른 사람의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 다섯 인물들은 실제 인간이 아니다. 11살짜리 소녀의 머릿속에서 분주히 오가는 다섯 가지의 감정을 의인화한 만화영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의 캐릭터들이다.

소녀는 눈이 많이 오는 북쪽 지방에서 태어나서 겨울에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서 언 호수 위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면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커서는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어 인기가 높았다.

문제는 소녀가 사랑하던 마을과 친구들을 떠나 부모를 따라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가면서 시작된다. 예전처럼 뒷마당도 없는 허름한 아파트에 들어오면서부터 소녀의 마음 속에는 기쁨, 슬픔, 분노, 불안, 혐오 등의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이미 사춘기에 들어선 소녀에게는 이런 외부의 변화 말고도 몸과 마음에 노도같은 변화가 이미 오고 있었다.



이때쯤 두뇌 안의 뇌하수체에서는 몸의 여러 장기로 화학물질을 내보낸다. 송파선에 간 화학물질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고, 난소나 고환에 간 물질은 성 호르몬을 생성한다.

여자 아이들은 젖멍울이 생기고 골반이 커지며, 모래시계 모양으로 몸매가 변하면서 월경이 시작된다. 이 무렵 남자아이들은 키가 자라고 근육이 단단해지며 생식기가 커지고 털이 많이 나며 목소리는 굵고 낮아진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심리적 변화가 격렬해지고 주위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사회적 욕구도 한없이 커진다.

자신이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을 친구들이 볼까봐 겁을 내며,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서는 연습을 하려고 애쓴다.

인간의 두뇌 안에는 그간 인류가 진화해 왔던 자취가 그대로 남아있다. 우선 맥박, 혈압, 체온, 호흡 등을 관장하는 숨골은 개구리나 도롱뇽 같은 양서류에도 있다.

그 다음으로 진화된 두뇌가 번연계, 즉 감정뇌이다. 모든 포유동물들이 갖고 있는 이 뇌는 허기와 통증 등을 지각하고 위험이 있을 때에는 도망가거나 싸워서 생명을 보존시킨다. 현대인이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도망가거나 싸우거나(fight or flight response)'와 같은 방식이다.

인간이 출생한 후에 성숙해지는 전두엽은 우리를 동물보다 더 높은 경지로 이끌어주는 가장 진화된 뇌이다. 전두엽의 성장은 이성적 사고, 바른 판단력, 감정 조절, 창조적 사고, 학습 능력 등을 가능하게 한다. 11~13살 정도의 사춘기에는 각종 호르몬의 영향으로 감정뇌가 극도로 자극돼 있다. 이런 감정을 제압하고 조절해야 할 임무를 가진 전두엽은 아직도 성숙이 덜된 상태로 남아있다.

과거에는 18세에 성숙이 완성된다고 믿었다. 그 나이에 군 입대에, 결혼에, 투표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그러나 18세가 되면 완성될 것으로 생각했던 전두엽의 성장이 25~30세까지 계속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자기공명장치(MRI) 덕분이다. 그때가 돼야 정말 어른이 된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갖가지 감정에 휘둘리는 때가 얼마나 많은가.

어른들도 이런데 아직 미숙한 전두엽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청소년들은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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