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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소주와 한류

김완신 편집위원

'소주를 지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키자'라는 말 앞에는 주로 '미풍양속'이나 '교통질서' 등과 같이 긍정적인 문구가 붙게 마련인데 '술'을 지키자는 말은 어딘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최근 보드카 업계에서는 소주를 '비어 & 와인' 면허로 판매할 수 있게 한 특별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소주의 하드 리커 환원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99년 제정된 특별법은 소주를 전통주로 간주해 '하드 리커' 면허없이 '비어 & 와인' 면허만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었다. 현재 소주를 파는 한인업소의 75%는 '비어 & 와인' 면허만 갖고 있다.

보드카 업계가 하드 리커인 소주를 면허없이 판매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소주가 보드카 시장을 크게 잠식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소주의 하드 리커 환원 움직임은 소주 판매로 인한 폐단을 시정하려는 주류통제국 차원의 검토가 아니라 경쟁 주류업계의 로비에 의한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법이 바뀌면 한인업소에서 하드 리커 면허를 취득해 소주를 팔면 되지만 '비어 & 와인' 면허에 비해 하드 리커 라이선스는 허가받기가 어렵고 신청비용도 10배나 높다.

얼마전 한 TV프로가 일본에서 불고 있는 소주 열풍을 보도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소주가 가장 인기있는 주류의 하나로 자리잡았고 특히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소주를 찾고 있고 젊은층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잡았다.

그 프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주를 마신 한 젊은이가 마치 한국사람처럼 '캬'를 외치는 것이었다. 이를 본 프로 제작자가 그 말을 어디서 배웠냐고 묻자 한국 TV드라마에서 한국 사람들이 소주를 마신 후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 주류사회에도 소주가 널리 알려지고 있다. 소주를 이용한 칵테일이 타민족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소주를 찾는 이들 타민족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마시는 술을 '코리안 리커'라고 하지 않고 '소주'라는 한국말로 부른다는 사실이다. '보드카' '사케' 등이 러시아어와 일본어로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소주는 '한류'의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술이면서 한편으로는 한국을 세계 최고의 술소비국에 오르도록 했던 주범(?)이 한류의 바람을 타고 있다.

물론 소주를 '리커 & 와인' 라이선스로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에 반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소주를 식당이나 유흥업소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술소비가 더욱 촉진되고 음주운전 등의 여러 문제가 야기되기 때문이다. 한인들의 그릇된 음주문화로 인해 갖가지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음주습관에 대한 자정노력과 법을 준수하면서 술을 판매하려는 업소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한인사회의 술 문제 때문에 한류를 타고 있는 소주를 막는 것은 '소'를 위해 '대'를 희생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소주의 하드 리커 환원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한인타운 술소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한국 알리기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소주를 지키자'는 말도 그다지 어색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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