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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의 직격 인터뷰] 한국 입양아 출신 프랑스 문화장관 플뢰르 펠르랭
내가 성공했다면 그건 양부모와 프랑스 공교육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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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    기사입력 2015/10/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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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뢰르 펠르랭(42) 프랑스 문화·커뮤니케이션 장관이 지난주 한국을 다녀갔다.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상호 교류의 해’ 행사와 다음달 초로 예정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국빈 방문 준비차 방한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한·프랑스 문화장관 회담과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등 3박4일의 바쁜 일정을 보냈다. 2013년 이후 세 번째로 한국을 찾은 그를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 이번에 숙명여대에서 명예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감은?

“학위 수여식 때도 말했지만 한국에 올 때마다 큰 감동을 느낀다. 내가 태어난 곳이 한국이란 사실도 잊지 않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는 문화와 지향하는 가치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점이 한국과 프랑스를 이어주는 일종의 다리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100여 년에 걸쳐 한국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해 온 숙대로부터 이런 영예로운 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에 무한한 감동을 느낀다.”

-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할 예정인데, 한국 영화를 본 적이 있나.

“많이 봤다. 프랑스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한국 영화가 많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나온 각종 한국 영화 가운데 사회극이나 장르 영화를 주로 봤다.”

- 예를 들면?

“스릴러 공포물이지만 아주 잘 만든 ‘올가미’도 좋았고, 지난해에 본 60년대 작품인 ‘하녀’도 인상적이었다. 고통스럽고 폭력적이지만 너무 아름다웠다.”

- 프랑스 영화가 과거에 비해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프랑스 영화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프랑스 영화는 여전히 수출이 아주 잘되고 있다. 뤼크 베송이 만든 ‘루시’는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의 관객을 동원, 수많은 흥행 기록을 세웠다. ‘언터처블’ 같은 영화는 프랑스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대사도 없는 흑백영화이지만 영상미가 뛰어난 ‘아티스트’는 오스카상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 영화는 대중에게 인기가 높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영화제에서도 자주 상을 받는 등 뛰어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더 큰 경쟁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 문화장관은 프랑스에서 대단히 명예롭고 중요한 자리다. 문화장관이 된 지 1년 남짓 지났는데, 문화장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뭐라고 보나.

“창작 공동체 전체가 21세기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술과 문화도 세계화나 디지털화 같은 시대의 큰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 이런 변화는 예술가들이 창조하고, 생산하고, 전파하고, 대중에게 도달하는 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문화부는 예술가들이 계속해서 창작을 하고, 그걸 통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자신의 작업을 통해 수입을 올리고, 최대한 많은 대중에게 도달할 수 있게 하는 역할 말이다. 이를테면 ‘문화의 민주화’다. 출신과 계층을 떠나 모든 사람이 문화에 접근하고, 문화 활동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모든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계속해서 전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문화장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장관이 맡고 있는 문화·커뮤니케이션부가 요청한 2016년 예산액은 73억 유로(약 9조5000억원)다. 이는 프랑스 정부 전체 예산의 몇 %에 해당하는가.

“73억 유로는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분야 지출을 합한 금액이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문화 분야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약간 넘는 수준이다.”

- 한때 프랑스는 세계의 지적 담론과 철학, 문학, 미술, 음악, 디자인, 영화 등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지만 지금은 문화적 활력을 많이 잃은 느낌이다. 프랑스의 경제적 쇠퇴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한다면 동의하겠는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엄청난 활력을 확인하고 있다. 전에 디지털 경제 장관으로 있으면서 프랑스 스타트업 기업들과 흔히 ‘Y세대’로 불리는 20~30대 젊은 기업인들의 활력을 눈으로 확인했다. 창조 산업과 협력 경제 분야에서 수많은 창업이 이뤄지는 등 진정한 기업가적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술과 문화 분야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영화는 계속해서 관객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올여름 클래식과 현대음악 페스티벌에서도 관중 동원 기록을 세웠다. 매년 여름 프랑스에서 열리는 축제만 3000건이 넘는다. 매년 이맘때 열리는 문학 시즌 개막제에 맞춰 수백 종의 신간이 출간된다. 문화와 창조 산업 분야에서 전에 볼 수 없었던 활력을 느끼고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프랑스는 유럽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문화적 활력이 넘치고 창의력이 왕성하다. 현대미술, 현대무용, 무대공연 등에서도 재능이 넘쳐나고 있다. ‘한·불 상호 교류의 해’ 행사와 관련해서도 내가 내세우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젊은 세대 예술가들과 창작자들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전통문화는 이미 서로에게 어느 정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의 창작자들과 그들의 다이내믹한 현대적 창작물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으로 신문 등 인쇄매체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신문은 불가결하다. 인쇄 매체를 위한 나름의 지원책이 있나.

“있다. 대(對)언론 지원과 관련해 중요한 개혁에 착수했다. 프랑스 인쇄 매체들은 이미 특별우편요금제 등 다양한 직간접 지원 혜택을 누리고 있다. 광고수입이 많지 않은 매체에 대해선 ‘다원주의 지원’이란 이름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지적한 대로 민주주의에 필요한 시민들의 비판적 정신과 판단력 함양을 위해 언론은 꼭 필요하다. 지원 제도 재정비를 통해 절약한 돈으로 언론의 대대적인 혁신을 유도할 방침이다. 언론, 특히 인쇄 매체가 경제 모델과 독자에 대한 접근 방식을 뉴미디어와 온라인 미디어 시대에 맞게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 올 초 장관은 외래어를 받아들임으로써 프랑스어가 더 풍부해진다는 입장을 밝혀 프랑스에서 논란을 빚었다. 그 소신에 변함이 없는가.

“그렇다. 이미 프랑스어에는 외국어에서 유래한 단어가 많다. 외래어를 차용함에 따라 언어는 더욱 더 풍요로워진다. 프랑스 학술원도 전체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매년 사전에 새로 들어갈 외래어를 선정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프랑스어와 프랑스어권 보호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이기도 하다. 당연히 프랑스어를 보호하겠지만 경직되고 폐쇄적인 언어로 프랑스어를 유지할 생각은 없다. 프랑스 문화는 닫힌 문화가 아니라 열린 문화이고, 혼혈 문화다. 언어에 있어서도 나는 프랑스어의 동적이고 열린 비전을 옹호한다.”

- 단호하게 지켜야 할 프랑스적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나.

“문화적으로는 ‘문화적 예외’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일반 상품과 다르기 때문에 시장의 법칙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 문화적 다양성도 꼭 지켜야 할 가치다. 문화의 표준화를 배격하고, 젊은 창작자들과 그들의 독자적 창조 활동을 지원하는 재정적 메커니즘을 구축할 생각이다. 정치적 가치로는 당연히 프랑스 공화국이 추구하는 자유와 평등, 박애의 가치일 것이다.”

- 사회적으로 성공한 비결이 뭐라고 보나.

“만남과 때로는 운(運)의 산물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 기적에 비결은 없다. 부모님과 그들이 내게 베푼 교육에 많은 은혜를 입었다. 의지할 것은 나 자신의 노력과 인내, 끈기라는 말을 늘 들어왔다. 프랑스의 교육 제도, 특히 공교육의 덕도 많이 봤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교육 제도 덕분에 학위를 따고, 직업적 경력을 쌓고, 정치적 참여도 가능하게 됐다. 요컨대 내 가족과 내 나라, 그리고 약간의 노력 덕분이다.”

-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고, 노래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들었다. 지금도 집에서 가끔 피아노 연주를 하고, 노래도 부르나.

“그럴 때도 있다. 피아노는 주로 클래식을 친다. 피아노 반주를 하며 친구들과 노래하는 것도 좋아한다.”

- (장관이 된 이후 소설을 한 권도 못 읽었다고 말해 문화장관 자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는데) 요즘엔 소설 읽을 시간이 있나.

“책 읽는 걸 중단한 적은 없다. 장관직을 맡은 이후 업무에 내 생활을 다 바쳐야 하기 때문에 전보다 덜 읽게 된 것은 사실이다. 장관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 희생이다. 개인적 즐거움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대신 프랑스인들에게 쓸모 있는 일을 하는 데서 기쁨을 찾고 있다. 내 개인적 즐거움은 그 다음이다. 휴가 때 많이 읽는다. 이번 여름엔 15권 정도 읽었다.”

- 예컨대 어떤 책들?

“야스미나 카드라, 로랑 비네, 샤를 단지그, 델핀 드 비강 등 문학 시즌 개막제에 맞춰 나온 신간들을 주로 읽었다. 이번 한국 출장 때 읽으려고 마르탱 아미의 『관심구역』이란 책도 챙겨 왔다. 장관을 그만두면 그동안 못 읽은 책들을 열심히 읽을 생각이다.”

- 친부모를 찾아볼 생각이 있나.

“없다.”

- 그들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온 적은 없나.

“없다.”

- 딸에게 자신의 뿌리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나.

“물론 있다.”

- 상당히 세련되게 옷을 입는 것 같다. 단골 의상실이 있나.

“없다. 나는 한 번 옷을 사면 버리지 않고 오래 입는 스타일이다. 20여 년 전 학창 시절에 입었던 옷을 지금도 종종 입는다. 다행히 몸매가 크게 변하지 않는 타입이다. 외국에 가거나 할 때 젊은 디자이너들이 저녁 연회용 의상을 빌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프랑스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격려하기 위해 그런 옷들을 일부러 입기도 한다.”

- ‘한·불 상호 교류의 해’를 맞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의 한국 대여 전시를 추진할 생각은 없는가.

“한국 대통령과 문화장관을 만났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거론하지 않았다. 양측 국립도서관 사이에 ‘직지심체요절’ 등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보유 중인 한글 장서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기 위해 과학적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가 공식적으로 요청받은 바는 없다.”

글=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사진=김성룡 기자

펠르랭 장관은 …

1973년 8월 서울 출생(본명 김종숙). 생후 3~4일 만에 길에 버려져 고아원으로 옮겨짐. 생후 6개월 때 프랑스 양부모에게 입양. 양부는 핵물리학자. 남들보다 2년 빠른 16세에 과학 분야 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 합격. 상경계 그랑제콜인 에섹(ESSEC)과 정·관계 엘리트 코스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과 국립행정학교(ENA) 졸업. 프랑스 감사원 경제·디지털 담당 감사관, 이라크·뉴욕·제네바 주재 유엔 조직감사위원회 외부감사관, 프랑스 21세기 클럽 회장 등 역임.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대선후보 캠프에 사회 및 디지털 경제 담당 보좌관으로 참여. 그해 6월 올랑드의 당선과 함께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담당 장관으로 입각. 2014년 4~8월 대외교역·관광개발·재외동포 담당 장관. 같은 해 8월부터 문화·커뮤니케이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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