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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옐로스톤 여행 '미션 1·2·3'

[LA중앙일보] 발행 2015/10/20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10/19 22:49

한주혜/사회부 인턴기자

일이 산더미였다. 주말에도 취재를 나갔다. 한인축제, 칼리지 페어 등 큰 주말 행사들이 줄지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턴이라 적응이 덜 되서 그런지 일이 버겁다. 몸도 피곤했다. 그러다 우연히 달력을 봤다. '오~예! 콜럼버스데이다.' 공휴일이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연휴 동안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기다리던 여행 날.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공항에 내려 차를 렌트하기로 했다. 그런데 첫 번째 난관. 신용카드가 안돼 차를 빌릴 수가 없단다. '이대로 여행을 망칠 순 없다.' 정신을 차리고 대책을 세웠다. 다행히 체크 카드로 차를 빌릴 수 있었다.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었다. 4시간 반이 걸린단다. 두 번째 미션이다. 미국에서 장시간 운전은 처음인데다 국제 면허증이라 걱정이 앞섰다. 5시간여 동안의 변화없는 길. 오로지 '직진'만이 눈앞에 펼쳐 있다. 지루함과 졸음과 싸우면서 그렇게 두 번째 단계도 무사히 넘겼다.

밤이 이슥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영혼이 반쯤 나간 채 차에서 내리는데 동행한 동생이 흥분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위를 올려다봤다. 별빛이 내린다! 반짝반짝 눈부시다. 피로가 녹았다. '그래 이게 바로 여행이지.' 게임에서 좋은 아이템을 획득한 기분이었다.

다음날 본격적인 옐로스톤 탐험이 시작됐다. 와이오밍과 몬태나주에 걸친 국립공원에는 1만 개가 넘는 간헐천이 있다. 그 위로 올라오는 연기와 천연가스가 장관이다. 정말 살아있는 지구구나. 나도 살아있음을 느낀다.

탁 트인 초원과 인적없는 길을 운전하다 느닷없이 차량 정체가 일어났다. '뭐지? 사고 났나?' 옐로스톤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바이슨이라 불리는 들소떼였다. 30여 마리가 마치 퍼레이드를 하는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도로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었다. 어라? 근데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신기함도 잠시, 무섭기 시작했다. 그런데 순간 왜 머릿속엔 기사 문장이 생각났을까. "옐로우스톤으로 여행을 떠난 20대 한인 여성 두 명이 들소 무리에 덮쳐…." 눈을 질끈 감았다. 다행히 들소 한 마리는 나를 비웃듯이 유유히 앞을 지나쳐갔다. 휴~. 어쨌든 게임의 마지막 단계. '들소 피하기' 미션 성공.

여행 동안 수많은 간헐천, 거대한 폭포, 웅장한 계곡, 하늘을 찌를 듯한 산봉우리, 노란 가을 들녘, 그리고 그 사이로 유유자적 풀을 뜯는 야생동물들을 봤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다.

지구로 돌아온 다음날 회사에 출근했다. 현실과 마주했다. 반짝이는 별빛, 살아있는 대자연은 내 눈 앞에 없었다. 책상에는 부재 중으로 반짝이는 전화기와 딱딱한 노트북 화면만 있을 뿐이다. 혼자 절망감에 사무치고 있을 때 옆에 지나가던 선배가 한 마디 한다. "이야, 주혜 얼굴 폈네."

역시 여행은 일상의 피로를 풀게 하는 가장 좋은 해소법인가 보다. 물론 후유증이 깊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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