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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문자와 국력

김완신 편집위원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비영어권인 한.중.일과 동남아시아 유학생을 대상으로 '맥도널드'라는 말을 자국의 언어로 표기하도록 했다. 그리고는 해당 국가의 다른 학생들에게 그 단어를 표기에 충실해 발음하도록 한 후 어느 것이 영어의 '맥도널드' 발음에 가까운지 조사했다. 결과는 한글이 가장 영어 원음과 비슷했다.

자음 14개 모음 10개로 구성된 한글은 인간의 소리를 표기함에 있어 어느 문자보다도 우수하다. 소리문자인 한글의 원리는 세계 언어학자들이 경탄하고 있고 또한 가장 과학적인 문자로 인정 받고 있다.

9일은 한글이 창제된지 559년 되는 날이다. 1926년 일제 강점기에 조선어 연구회가 겨레글인 한글을 통해 민족혼을 고취시키기 위해 한글이 반포됐던 1446년 음력 9월 상순 끝날을 양력으로 환산해 '가갸날'로 선포한 것이 한글날의 시작이다. 1946년에는 한글 반포 500주년을 맞아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했으나 1991년부터는 공휴일에서 제외돼 기념일로 남게됐다.

'한글날'의 기념일 격하(?)는 그 비중이 축소된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씁쓸하다. 정부 시책 뿐만 아니라 실제 언어환경에서도 한글은 관심 밖에 놓여있다. 인터넷에 비어.속어.은어가 남발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높지 않다. 또한 문화관광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글 문법 시험은 평균 30점 미만으로 저조하다.



이같이 한글이 본국에서 푸대접을 받는 반면 외국에서는 한국어와 한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내 중고등학교 여러 곳에는 한국어가 정식과목으로 채택됐고 SATII 시험에 제 2외국어로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영국의 중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를 제 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했다. 2006년부터는 정식과목으로 학교에서 가르칠 예정이다.

한국의 경제력이 확장되면서 한국어 능력시험을 보는 외국인의 숫자도 늘고 있다. 지난달 24개국에서 실시된 한국어 시험에는 3만명 가까운 외국인이 응시했다. 시행 첫해의 200여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지구상에는 수천여 언어가 존재한다. 그중에서 인구 1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140개 정도라고 한다. 남북한을 합쳐 7500만명이 사용하는 한국어는 사용 인구수 만을 볼 때 세계 15위권내에 속하는 언어다.

언어와 문자는 세계화 시대의 첨병이다. 정보화 시대에 언어와 문자가 갖는 위력은 대단하다. 문자는 문화의 원천이면서 이를 움직이는 힘이다. 또한 지금의 시대는 국력이 문자의 가치를 결정하고 있다.

미주의 한인 2세들이 한글을 익히고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모국의 문화를 잊지 않으려는 감상적인 목적 때문만은 아니다. 21세기 경제.정보.통신 분야를 선도하며 발전하는 국가의 문자가 바로 한글인 것이다.

부모 세대의 언어이고 한민족의 글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글을 배우는 시대는 지났다. 한글이 세계의 언어로 자리잡았고 실리적인 목적에서도 한글 습득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종대왕이 우매한 백성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수세기 전에 만든 한글이 이제는 세계의 언어로 발돋움하고 있다. 외국에 살아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우리글을 한글날을 맞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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