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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밥벌이 안 되는 대학 전공들

김완신/논설실장

세계적으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세계은행(WB) 자료를 보면 각국의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을 크게 앞선다. 미국도 7월 기준으로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5.3%)의 2배가 넘는 11.0%를 기록했다. 4년 전 실업률인 17.8%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청년실업은 해결이 어렵다. 또한 대졸자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8위에 오를 정도로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전공별 취업률 편차도 크다. 매년 유력 일간지와 경제 전문지는 취업에 불리한 대학전공을 발표하고 있다. 취업률과 임금수준을 수치화해 인기없는 전공을 순위별로 소개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순위보다는 '왜 전공이 고용시장에 적합하지 않는가'를 분석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취업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해서 학문적으로 열등한 것은 아니다. 전공에 우열은 없고 학문적 가치와 밥벌이 수단은 엄연히 다르다. 사회에서 소외받는 전공일수록 학문적 순수성은 더 강하다.

특정 전공이 '천대받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여러 매체에서 공통적으로 분석하는 원인은 비슷하다.



첫째는 실업률이 높은 전공이다. 순수미술, 언어학 등의 학문이다. 졸업자의 실업률이 두자리 수로 높고 일자리가 극히 제한적이다.

둘째는 직업 전망이 불투명한 전공이다. 커뮤니케이션, 예술사, 여행 전공 등이 이에 속한다. 향후 직업 창출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고용시장이 축소되는 경우다.

셋째는 높은 단계의 학위가 필요한 전공이다. 심리학, 인류학, 고고학 등이 대표적이다.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상대적으로 직업 선택의 폭을 조금 넓힐 수 있으나 여전히 구직 장벽은 높다.

넷째는 직장 구하기도 어렵고 연봉도 낮은 직종이다. 교육학 등이 이에 속한다. 반면 호텔, 요리, 관광, 특수교육 전공은 취직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으나 임금수준은 낮은 편이다.

다섯째는 학문으로는 완벽하나 돈벌이에 부적합한 전공이다. 철학과 종교학 등을 공부하면 세계와 인간을 보는 지혜는 얻을 수 있지만 돈버는 기술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여섯째는 학위보다는 재능이 우선하는 분야다. 대표적인 전공이 패션, 영화연극, 음악 등이다. 전문학위보다는 재능이 취업을 좌우한다. 디자인 학위가 재능을 이기지 못한다. 음악, 영화, 연극도 마찬가지다. 재능과 운이 따라야 성공할 수 있는 분야다.

마지막으로 학위가 없는 것보다 못한 전공이다. 문학.역사 등 인문학이 여기에 해당한다. 경제인터넷 매체 인베스트먼트닥터닷컴이 인사담당 매너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인문학 학위는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인문학 전공자를 채용하겠다는 답변(1.6%)보다 학사학위가 없는 직원을 뽑겠다는 응답(64%)이 훨씬 높았다. 수년 전 영국에서도 동일한 설문결과가 나왔다. 결국 인문학 전공자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세일즈, 융자 등 전공과 상관없는 분야로 진출한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취업에 관한 한 대학을 안 다닌 것만 못하다는 인문학 전공자다.

세계은행은 미국 등 각국의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을 크게 앞서는 이유를 고용주가 원하는 조건과 구직자의 자질 간의 차이로 분석한다. 앞에 열거한 전공들이 외면당하는 것도 고용주들의 실용적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 점이 크다.

대학교육의 목표는 직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취직을 무시할 수는 없다. 내달부터 대학입학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특정 학문에 뜻을 두지 않았다면 전공선택 과정에서 미래의 직장을 고려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유념할 것은 앞의 전공들이, 강조하지만 '지금'의 고용시장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지 영원히 취직이 어려운 전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학에서 자신이 원하는 학문의 뜻을 펼치고, 학교에서 배운 공부가 직업으로 연결되는 이상적인 고용환경은 없다. 대학입학 전부터 학문과 취업의 갈림길에서 힘든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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