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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서 퀴즈 풀거나 ‘좋아요’ 누르면 당신의 연애 취향·IQ·나이 새나간다

[조인스] 기사입력 2015/10/23 13:28

[Saturday] ‘나도 모르게’ 개인정보 빼가는 디지털 미디어

그의 하루는 페이스북과 함께한다. 아침에 일어난 뒤 지난밤 친구들과의 술자리 사진을 업로드하고 뉴스를 본다. 그러다 한 지인이 퍼 온 퀴즈에 시선이 멈춘다. ‘애인학 개론’. “연애가 절실한 나에게 딱 맞는 질문이군.” 4지선다형 퀴즈를 푼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넣었더니 ‘첫 데이트에 가장 적절한 식사 메뉴는’ ‘이성 친구가 가장 싫어하는 카카오톡 답장은’ 등 문제가 이어진다. 최종 평가는 A+. “역시 난 완벽해.” 내친김에 화면 하단에 보인 ‘실전 소개팅’ 항목을 클릭한다. 그랬더니 소개팅을 주선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나오면서 설치를 요구한다. “또 낚였구나.” 그래도 그는 기분 좋게 페이스북을 닫는다.

평범한 일상 속에 숨은 그림이 있다. 열심히 문제를 푼 ‘그’의 개인정보는 이미 소개팅 앱 제작 업체에 넘어갔다는 점이다. 나이와 성별은 기본이다. 문제를 푸는 과정을 통해 무슨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가늠할 수 있는 실마리가 넘어간다.

“이런 퀴즈는 내 정보를 빼가는 수단이야”라며 내버려 뒀다고 안심할 순 없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페이스북이 당신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연구팀이 5만8000명의 미국인 페이스북을 분석한 결과 ‘좋아요’ 하나만으로 연령·IQ·성별은 물론 약물 사용, 정치적 성향까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고 2013년 발표했다. 원리는 오랜 기간 페이스북 사용자가 어떤 글에 ‘좋아요’를 보냈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네티즌이 “미국 상원의원 누군가가 동성 간 결혼 지지 선언을 했다”는 뉴스에 ‘좋아요’를 누르고 찬성 댓글을 달았다면 그가 동성애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이런 식으로 사용자 성별을 88%의 정확도로 맞힐 수 있다. 인종과 정치성향은 각각 95%와 86%의 정확도였다. ‘좋아요’ 버튼은 결국 ‘나도 모르게 나를 알려줘도 좋아요’ 버튼인 셈이다.

이처럼 온라인 게임이나 퀴즈 풀기, 뉴스 읽기를 통해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자연스럽게 새나간다. 이렇게 모아진 정보는 가공돼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버즈피드’가 그 하나다. 지난해 말 기준 월 방문자(7680만 명)가 뉴욕타임스(NYT·5720만 명)보다 2000만 명 많은 온라인 매체다. 버즈피드의 대표 상품은 퀴즈다. 올 2월 ‘드레스의 색은 무엇인가요?(What colors are this dress?)’의 사례를 보자. 당시 한 가수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에서 드레스의 색깔이 ‘흰 바탕에 금빛 줄무늬(흰금)’인지, ‘파란 바탕에 검은 줄무늬(파검)’인지 갈려 전 세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온갖 댓글이 쏟아지자 버즈피드는 재빨리 기사에 투표 기능을 추가했다. 이 드레스 사진 한 장의 조회 수는 3800만 건을 기록했고,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340만 명에 이르렀다. 투표에선 ‘흰금’이라는 의견이 72%로 ‘파검’(28%)을 크게 앞섰다. 그런데 네티즌이 이 사진을 퍼나르고 투표를 하면서 그들의 신상정보를 버즈피드에 넘겨줬다. 언제, 어디서, 어떤 소셜미디어를 통해 누구에게 퀴즈를 공유했는지 버즈피드가 송두리째 알아챈 것이다. 버즈피드에서 크로스워드(crossword·영어 십자말 풀이)를 공짜로 푼다고 하자. 그러면 성별, 나이, 페이스북 연동 여부, e메일 주소 등을 버즈피드에 대가로 지불하게 된다.

모바일 뉴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허핑턴포스트’도 접속자의 정보를 파악해 내는 데 선두주자다. ‘~하는 몇 가지’라는 형식의 리스티클은 허핑턴포스트가 원조 격이다. 리스티클은 목록을 뜻하는 영단어 ‘list’와 기사(article)를 합친 말이다. ‘당신이 아이를 아이비리그에 보내기 위해 알아야 할 다섯 가지’와 같이 기사가 리스트 형식인 게 특징이다. 허핑턴포스트는 패션·여행·스포츠 등 각 분야를 망라한 리스티클을 하루에 250개씩 쏟아낸다. 해당 기사를 퍼나르거나 댓글을 단 네티즌 개개인의 기호·성향은 고스란히 허핑턴포스트가 수집한다. 리스티클은 ▶간결하고 ▶재밌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손쉽게 공유할 수 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허핑턴포스트 못잖게 리스티클에 열심인 버즈피드의 편집에디터 잭 셰퍼드는 “사람들이 어떤 콘텐트를 좋아하고 공유하는지 여러 가지 형식을 실험했는데 리스티클이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구글은 대놓고 개인정보를 가져간다. 구글은 올 5월 무료로 사진을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구글 포토’를 출시했다. 지금까지 사용자 1억 명을 모았다. 이용자가 고화질 사진을 용량 제한 없이 무료로 인터넷에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공짜라고 하지만 사실상 공짜가 아니다. 구글포토를 이용하는 중간중간 모바일 광고를 봐야 하고, 구글이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구글포토에 음식 사진을 올린다면 구글은 그가 무슨 음식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우리는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뭘 했는지, 당신이 생각하는 것에 대해 더 알고 있거나 혹은 덜 알고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또 구글의 컴퓨터가 사진 속 피사체를 인식하는데, 더 많은 사진이 올려질수록 컴퓨터 인식의 정확도는 향상된다. 이용자가 공짜로 구글을 도와주는 격이다.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이 개인정보 수집에 나선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는 성별·계층·연령 등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된 뒤 개인에게 특화한 인터넷·모바일 광고로 쏘는 자료가 된다. 땅 속에서 보석을 캐는 작업에 빗대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이라고 불린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어떤 제품을 ‘찜’하면 배너광고에 비슷한 상품이 뜨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사용자 개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수록 그만큼 더 효율적인 광고나 마케팅을 할 수 있다. 허핑턴포스트·버즈피드의 창업자 요나 페레티는 “신문이 1면에 모두 똑같은 광고를 실었다면 허핑턴포스트는 똑같은 경제 뉴스라도 광고 10~20여 개를 각각의 소비자 특성에 맞게 미시적으로 집행한다”고 했다.

페이스북 등이 개인정보를 캐는 데 힘을 기울이는 것에 대한 반감은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PBS와의 인터뷰에서 “사용자들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무료 서비스가 공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큰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지난해 5월 유출된 ‘혁신 보고서’에서 “리스티클이나 고양이 동영상 따위를 만드는 버즈피드와 NYT를 같은 식으로 우습게 취급해도 되느냐”고 썼다. 그랬던 NYT도 페이스북이 지난 22일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작한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 ‘인스턴트 아티클’에 내셔널지오그래픽·NBC·버즈피드 등과 함께 동참했다. 페이스북이 참여 매체들에 광고 수익의 70%와 페이스북의 소비자 분석 툴을 제공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슈미트 회장은 “만약 다른 사람들이 알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애초에 어떤 곳에 그 내용을 기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서 슈미트의 말대로 살긴 힘들다. 데이터마이닝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해당 기업이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정보가 나가고, 또 그 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 게 문제다. 물론 구글은 구글포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사용자들의 사진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디지털 프라이버시(digital privacy) 침해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선 “구글과 페이스북이 새로운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하지만 이용자 보호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선 페이스북이 사용자 동의 없이 사용자의 온라인 활동 기록을 광고주에게 제공해 피해를 봤다며 지난해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다. 유럽사법재판소(ECJ)도 지난해 5월 구글 이용자의 데이터 삭제 요구 권리를 인정하는 일명 ‘잊힐 권리’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 대해 유럽에선 “인터넷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자 동의 없는 활용이 갈수록 범람하는 상황에서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며 크게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ECJ는 최근 페이스북·애플이 유로존 시민의 개인정보를 무선 통신망을 이용해 미국으로 가져가선 안 된다고도 판시했다.

국내에서도 개인정보에 관한 법·제도를 좀 더 보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이용자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을 경우 개인정보를 해외 기업에 보낼 수 있도록 돼 있다(17조 3항). 법무법인 태평양의 강태욱 변호사는 “한국은 소비자가 개인정보 관련 규정을 제대로 읽지 않거나 사용자별 약관 동의를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에 대해 비즈니스 기회를 근본적으로 막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사생활 보호를 앞세워 유럽이 미국 인터넷 기업을 견제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국의 콘텐트 기업들은 그동안 소비자가 누군지 파악하는 데에는 소홀했다”며 “고객에게 조금 더 소구하기 위해 다가가려는 기술적 시도는 한국에서도 시사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S BOX] ‘하우스 오브 카드’ 대박 비결

방송계에는 ‘정치 드라마는 반드시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 TV를 보면서까지 정치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시청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속설을 뒤집고 시청 횟수 1억 건을 넘은 정치 드라마를 만든 업체가 있다. 그것도 지상파나 케이블 TV를 통하지 않고 인터넷 실시간 재생(스트리밍)으로만 거둔 성과다. 미국의 동영상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만든 ‘하우스 오브 카드’ 얘기다.

넷플릭스는 2900만 개의 동영상, 전 세계 회원 330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감독 데이빗 핀처가 광범위한 매니어층을 가졌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영국 BBC의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시청률 10%를 넘었다는 사실도 고려했다. 미국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한 영화가 최근 3년간 실패하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했다. 넷플릭스는 이 세 가지 조건의 교집합, 즉 핀치 감독, 스페이시 주연의 ‘하우스 오브 카드’에 1억 달러를 투자해 대박을 거뒀다.

이처럼 데이터 마이닝과 개인정보는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른다.

미국의 대형마트는 향이 없는 비누, 대용량의 약솜, 손세정제 등 25개 제품을 사는 고객은 출산이 가까운 것으로 보고 이들에게 산모와 신생아 관련 상품의 쿠폰을 발송한다. 그런데 한 남성이 “고등학생인 딸에게 신생아 쿠폰을 보냈다”며 항의했다. 확인 결과 그 여학생은 임신 중이었고, 출산일을 앞둔 상태였다. 이 역시 데이터 마이닝의 성과다. 페이스북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전에 커밍아웃을 도와주는 책의 광고를 이용자에게 보낸 사례도 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곽재민·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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