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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끝까지 도전하세요"

꼴찌가 1등 된 건 자발적 의지 때문
꾸준히 시간 투자하면 실력 향상돼

전교 꼴찌가 1등이 됐다, 공부와 담을 쌓던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다. 무료로 고급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소문난 칸 아카데미(www.khanacademy.org) 수강생들의 이야기다. 한인 학생들도 주로 수학과 물리, 과학 수업에서 가르치는 원리가 이해되지 않을 때 많이 찾곤 한다. 칸 아카데미는 지난해 미국 대입시험인 SAT를 관할하는 칼리지보드에서 SAT 및 AP 등 고교 수업과정과 대입시험 과정을 돕는 파트너사로 채택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사설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이곳에 등록하면 무료로 칼리지보드에서 제공하는 시험 준비과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칸 아카데미의 장점은 쉬운 강의 동영상과 문제 풀기, 단계별 완료도 평가, 아바타 꾸미기 시스템 등으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게임'처럼 인식시키면서 학습 능력을 끌어올린다.

바로 이 칸 아카데미 설립자인 살만 칸 대표(39)를 지난 1일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대학카운슬링협회(NACAC) 컨벤션에서 만났다. 이날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한 칸 대표는 1만 여명의 고교 및 대학 관계자들 앞에서 연설한 기조연설자의 모습보다는 마치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같았다. 등에 배낭을 매고 비서 한 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칸 대표는 지나가다 알아보는 사람들의 사진촬영 부탁조차 부담스러워할 만큼 소박하고 털털했다.

칸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누구나 공평하게, 또 학생의 수준에 맞춰서 배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나의 교육 철학이자 목표"라며 "한국 뿐만 아니라 칸 아카데미가 전 세계에 있는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길 원한다. 그럴 수 있도록 나 역시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교육 철학과 미래의 계획을 들었다. 장연화 기자

-칸 아카데미를 듣고 공부한 전교 꼴찌가 1등이 됐다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그렇다. 지난해 인턴으로 입사했던 학생도 수학 때문에 고등학교를 자퇴했다가 대학에 컴퓨터학을 전공으로 입학했다. 그 친구는 올해부터 칸 아카데미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돼 웹사이트를 관리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필요한 수준의 공부를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학교에서는 사실 선생님의 수업을 잘 이해하지 못해도 체면이나 창피함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런 시간이 쌓이면 공부를 잘하던 학생들도 공부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결국은 낙제생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칸아카데미에서는 이해하지 못하거나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강의를 골라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모르는 내용은 이메일로 질문하면 답을 받는다. 더 이상 친구나 선생님에게 창피당하지 않아도 된다."

칸 대표가 인터넷으로 강연을 시작하게 된 건 뉴올리언스에 살던 사촌 때문이다. 2004년 방학 때 가족과 함께 칸 대표의 집에 놀러온 사촌은 수학 과목을 낙제하게 생겨 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할 수 있다며 신세를 한탄했고, 당시 27살이었던 칸 대표는 그녀의 가정교사를 자청했다. 보스턴에 살던 칸 대표는 직장이 끝나면 시간을 맞춰 사촌 집으로 전화해 수학을 가르쳤다. 사촌의 수학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자 다른 사촌들과 사촌의 친구들까지도 전화를 걸어왔다. 하지만, 학생들이 계속 늘어나자 문제도 생겨났다. 각 학생의 학습 수준이 다르다 보니 맞춤형 지도가 힘들어진 것이다. 그런 고민을 동료에게 얘기하자 동영상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칸 대표는 "처음에는 '동영상 강의'라는 아이디어가 낯설어서 싫다고 했다. 누가 보느냐 고도 했다. 그러다 옷장 안에서 아내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리고 반응을 살폈다"며 "의외로 아이들이 전화로 통화하는 것보다 동영상을 보며 배우는 걸 좋아했다. 그 동영상이 지금의 칸 아카데미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칸 아카데미가 사실상 무료 공부의 기회를 시작했다. 보람이 클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사실 '타이거 삼촌'이다. 지금 칸 아카데미를 있게 한 사촌(나디아·23)은 내년에 의대에 진학할 예정이다. 나는 전세계에서 학생들이 칸 아카데미의 동영상을 보고 공부를 잘한다는 메시지를 볼 때마다 감동하고 감격스럽다."

-대입 시즌이다. 대입을 앞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다. 기초를 잘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초를 다지지 않으면 대학에 진학해서도 강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이해하기 힘든 공식이나 모르는 내용이 있다면 칸 아카데미를 이용해라. 하루에 30분씩 꾸준히 공부하면 된다. 또 방학기간을 이용해 관련 분야에 대한 동영상을 보고 배우면 된다. 또 다른 조언은 대학에서의 시간은 자신을 찾는 시간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편한 곳에 머무르려고 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고 나아가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전 세계에 무료 교육 제공하는 게 목표"

-그렇다면 학창시절 본인은 어떤 학생이었나? 고등학교와 대학시설 공부은 어땠나? (칸 대표는 MIT 공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좋아하는 수업이나 분야는 밤을 새서 공부하고 쫓아다녔지만 재미가 없는 것은 아무리 필요한 수업이라도 듣지 않았던 학생이었다. 학점은 글쎄…. 그냥 열심히 한 학생이었다고만 말하고 싶다. (웃음)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가장 중요한 건 실천하는 것이다. 결심을 했다면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다. '난 못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하루에 10분이라도 꾸준히 투자한다면 실력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다."

-한인 학생들도 칸아카데미를 많이 이용한다. 한인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한인 학생들을 비롯해 미국의 아시안 학생들은 학업 능력이 뛰어나다. 또 열심히 한다. 하지만 성적이 좋고 나쁘고,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도전해야 한다. 중간에 포기하면 안된다. 칸 아카데미는 그런 학생들을 위해 수학 뿐만 아니라 영어, 과학, 생물 등 전 과목과 대입시험 준비 강연을 학생 수준에 맞게 동영상을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칸 아카데미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칸 아카데미가 세계적인 이목을 받게 된 건 2010년 빌 게이츠가 한 행사에서 칸 아카데미를 칭찬하면서부터다. 당시 게이츠는 십대 아들이 칸 아카데미의 동영상으로 공부한다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극찬했고 칸 아카데미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현재 칸 아카데미 수업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칸 아카데미에 따르면 190개국에서 제공되고 있으며 100만 명의 교육자, 3100만 명의 학생들이 등록해 공부를 한다. 이 웹사이트를 통해 올라온 학업 질문만 41억 개에 달할 만큼 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현재 칸 대표는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북가주인 마운틴뷰에 위치한 '칸 랩스쿨(Khan Lab School)'은 현재 킨더가튼부터 중학교 과정이 제공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고교 과정이 추가된다.

-칸 아카데미의 목표는 무엇인가.

"전 세계에 무료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학습차이로 인해 공부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이들의 부족한 학업을 메워주는 역할을 계속 하고 싶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익을 쫓지 않고 기존의 학교 시스템에서 부족한 교육과정을 보완하고 병행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칸 랩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곳은 칸 아카데미와는 별도의 사업이다. 지금 60명의 학생이 10명의 교사들에게 배우고 있다.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이곳은 칸 아카데미에서 제시된 아이디어를 실제로 적용해보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교육시스템에서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20~30년 뒤 사용할 수 있는 교육법은 무엇인지도 연구하고 있다."

-칸 아카데미를 운영하기 전 헤지펀드 회사를 다녔다. 혹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재정적인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의 엄마는 페이퍼타올을 다시 사용했다. 플래스틱 백이나 통을 재활용하는 건 기본이다. 뭐든지 아껴써라. 또 비즈니스를 할 때는 나만의 독특하고 남과 다른 차별점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사업을 하지만 차별된 점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 비즈니스를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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