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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내가 만드는 '노년 생활' 지침서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손주가 태어날 무렵 둘째 사위가 육아책을 많이 사왔다. 그 중의 한 책의 서두는 이렇다. '개나 고양이를 기르려 해도 지침서가 필요한데 인간을 기르려면 당연히 설명서가 있어야 한다.'

만약 인간의 일생에 대한 지침서가 있다면 어땠을까. 내겐 서럽고 어려웠던 사춘기, 무모했던 젊은 시절, 상실의 중년기를 보내며 어려움을 겪을 때 바른 길로 이끌어 줄 마땅한 지침서가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 제3의 인생(노년기)을 맞이하면서 내 스스로가 지침서를 만들겠다고.

병원 도서관에 들러 노인학에 관한 책들을 빌려다 낱낱이 읽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웠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시기는 70~75세 사이라는 것도 알았다. 자식들이 모두 떠나 책임감이 없어진 데다가 액수에 상관없이 일정 금액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정이 있으니 마음이 편한 시기라는 것이다. 게다가 65세를 넘긴 노인이라면, 특히 남성의 경우에는 86세까지 사는데 건강상 별 문제가 없다니 안심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한 목소리로 '노년은 병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노화에는 3대 요소가 있다. 첫째는 살아온 나이, 둘째는 나이에 따라 생기는 질병, 셋째는 비활동적인 생활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세번 째, 즉 운동부족이다. 노년기 운동은 걷기가 효과적이다. 적어도 30분간 1주일에 다섯 번 땀이 날 정도로 걸으라고 한다.



노년에 생기는 육체적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각막으로 통과되는 빛의 양이 젊은 시절이 1/3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눈이 침침해진다. 혀의 미각도 70%가 기능을 잃게 돼 음식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운동 외에 노화를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는 충분한 잠이다. 많은 사람들이 잠자는 시간은 죽은 상태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낮동안 뇌세포들이 바쁘게 활동할 때보다는 속도가 느리지만 우리가 자는 사이 '글라이얼 셀(glial cell)'이라는 세포들이 두뇌 안에 생긴 찌꺼기들을 운반해서 치워주는 활동을 한다. 그래서 다음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도록 뇌를 회복시킨다. 잠이 충분하지 않으면 노화가 빠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둘째는 건강한 음식이다. 색깔이 진한 야채나 과일을 먹어야 한다. 붉은 색 수박, 오렌지색 호박이나 귤, 검은색 가지, 흰색 마늘이나 옥수수 등이 대표적이다.

셋째는 새로운 배움이다. 노래, 춤, 악기, 요리 등을 배우면 뇌전파 물질들이 다량 분비돼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변화는 두뇌 자체에 변동을 주고 이렇게 바뀐 두뇌는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의 '히포캠퍼스(기억에 중요한 두뇌기관)' 크기가 같은 또래의 사람들에 비해서 훨씬 크다. 그 이유는 그들이 복잡하고 좁은 런던의 길거리를 모두 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커진 히포캠퍼스 덕분에 그들의 기억력은 더 향상된다.

조용한 명상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나이 들수록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오랜 옛친구 이외에 젊은 친구들을 계속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또래의 친구가 사망하더라도 늘 누군가가 옆에 있을테니까.

종교를 갖고 사는 것도 활기찬 노년기에는 필요하다. 젊은이들에게 베풀어 놓은 봉사도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 그들을 통해서 우리는 영원히 살아 남게 된다. 이제 두 팔을 들고서 내 앞에 다가올 제3의 생을 활기차게 맞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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