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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색 바랜 인화 사진의 추억

박낙희/OC총국취재팀 차장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로 필름카메라 산업이 쇠락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해 소위 '똑딱이'라고 불리는 소형카메라 시장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디지털 사진 시대가 과연 일상생활에 가져다 준 변화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필름구매나 현상·인화 비용이 부담이 돼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셔터를 눌렀지만 이제는 초고속 연사로 촬영해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한 포토샵 '신공'으로 그림(?)같이 멋진 사진을 만들 수 있어 누구나 프로 사진가들 부럽지 않은 사진촬영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사진 앨범 보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사실이다. 예전 촬영한 필름은 현상을 거쳐 인화를 해야 사진을 볼 수 있어, 여행이나 가족행사 등이 끝나면 적어도 수백장의 사진이 생겨 앨범에 정리하는 것이 일이었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다 해도 물론 종이로 된 사진을 뽑아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촬영 후 바로 사진을 볼 수 있는데다가 특별한 행사 때나 한 장 마련할 수 있을 만한 큰 사이즈의 사진을 이제는 초고화질 TV를 통해 선명하게 볼 수 있어 종이 사진에 대한 열망이 크게 줄었다.



더구나 필름 비용 걱정 없이 셔터를 눌러대다 보니 촬영 매수는 예전에 비해 수십, 수백배로 늘어 인화는커녕 정리하기도 쉽지가 않다. 대부분 컴퓨터 하드에 저장해 앨범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첫째딸이 태어났을 때는 필름카메라가 대세였다. 생애 처음으로 아빠가 된다는 기쁨과 첫아이라는 이유로 한순간 한순간 담아내고자 틈만 나면 셔터를 눌렀다. 그러다 보니 인화된 사진들이 수북이 쌓여갔다.

어느 날 박스에 모아뒀던 아이 사진을 꺼내 보며 미소를 짓던 아내가 사진들을 앨범에 하나씩 꽂으면서 "필름값, 인화비 절약하면 나중에 아이 결혼비용도 나오겠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둘째와 셋째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첫째 때는 아이 모습을 보고 싶어하시는 한국의 부모님께 사진을 보내려고 촬영, 인화해 소포로 보냈지만 둘째, 셋째는 이메일로 바로 보내드릴 수 있어 편리하다. 하지만 필름값이 들지 않다 보니 역시 촬영 매수가 전에 비해 크게 늘었고 인화해서 보는 사진은 수십여 장에 불과해 앨범에 정리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렇게 10여년이 지나다 보니 집에 남아 있는 앨범이라고는 결혼식 앨범과 첫째 아이의 서너살 때 모습을 담은 앨범 몇권 밖에 없다.

가끔 아이들은 아기때 사진을 보고 싶다고 한다. 첫째딸 앨범을 보다가 둘째, 셋째가 왜 언니 같이 앨범이 없냐고 볼멘 소리를 내면 노트북을 보여주며 "앨범 대신 너희는 멋진 슬라이드쇼로 사진도 볼 수 있고 동영상도 더 많다"고 달래준다. 사진을 보는 맛과 동영상을 보는 맛이 다르기에 시샘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어느덧 하나돼 웃어댄다.

기록을 통해 과거로의 회귀를 가능케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사진의 본질적 기능에서는 필름이건 디지털이건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백구과극(흰 망아지가 빨리 달리는 것을 문틈으로 본다는 뜻으로, 인생이나 세월이 덧없이 짧음을 이르는 말) 같은 세월 속 소중한 추억을 편리하다는 이유 때문에 무형의 신호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만 담아놓기엔 무엇인가 아쉽다. 그보다는 색 바랜 사진들이 꽂힌 앨범에 정이 더 가는 것은 디지털이 대세인 세태 속에 아날로그적 감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따뜻함이 배어 있는 종이사진 한 장 한 장에 기록 추억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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