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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한국 정부·기업들의 아쉬운 무관심

[LA중앙일보] 발행 2015/10/31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10/30 17:50

정구현/사회부 차장

'한국(Korea)'은 어디에나 등장했다. 21일과 22일 이틀간 LA 스커볼 문화센터에서 열린 이스라엘 IT 첨단기술 쇼케이스인 '이스라엘 콘퍼런스'는 흡사 한국의 홍보 행사 같았다. "한국처럼 IT 인프라가 잘된 국가가 최고의 시장"(미하 버쿠즈.기프티드 CEO), "한국은 우리가 보유하지 못한 첨단 제조기술을 갖고 있다"(샤로나 저스트먼.콘퍼런스 회장), "한국 LG와 계약하면 대성공"(가이 애런.모셔나이즈 CEO).

이스라엘 첨단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찬사는 의미가 크다. 매년 이스라엘 콘퍼런스에서 소개되는 기술을 통해 새삼 유대인들의 무섭도록 영리한 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본지가 2013년 5회 행사에서 소개한 '빛나는 식물(Glowing Plant)'이 전형적인 예다. 개똥벌레의 발광 DNA를 애기장대라는 식물 세포에 심어 만들었다. 이론대로라면 빛나는 가로수로 가로등을 대체할 수 있다. 에너지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신기술인 셈이다.

빛나는 식물만큼 반짝이는 이스라엘산 기술들이 올해도 쏟아졌다. 이스라엘 국가방위군 정보통신부대인 '유닛 8200' 출신 CEO들이 만든 벤처창업지원 프로그램 EISP를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성공한 CEO들이 벤처창업자 20명을 선정해 1대 1로 멘토하면서 '아이디어'를 완성품으로 만들고, 투자자까지 붙여주는 벤처 생태계다. 지난 5년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95개 벤처사가 탄생했고, 2억5000만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면 관계상 소개하지 못한 첨단 기술들도 많다. '포세이돈의 물(Poseidon Water)'이라는 이스라엘 기업은 해수담수화 업계 선두주자다. 가주가 역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미 샌디에이고에 설립된 공장은 매일 5000만 갤런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다. 핵심 기술은 필터링이다. 머리카락 50만 분의 1 크기의 미세한 구멍이 뚫린 필터로 소금을 걸러낸다. 이 과정을 통해 2갤런의 바닷물은 1갤런의 담수와 염분이 2배가 된 1갤런의 해수로 나뉜다. 더 놀라운 점은 담수 후 과정에 있다. 해수를 다시 바다로 흘려보내면서 에너지를 만들어 공장에 필요한 전력량의 40%를 충당한다.

군에서 배운 첨단기술을 일상생활에 적용한 역발상 기술도 다수였다. 자살폭탄 테러범이 옷 속에 폭탄을 숨겼는지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이 '내게 가장 잘 맞는 패션 스타일'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했다. 또 포로 취조 진술 분석시스템을 응용해 대화만으로 정신질환자의 정신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보이스 센스'가 만들어졌다.

올해 주최측은 크게 고무됐다. 종전까지 이스라엘과 미국만의 잔치였지만, 올해는 달랐다. 중국, 일본의 정부와 대기업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유대인들만의 잔치'의 한계를 넘었다. 중국 기업의 관계자는 "돈을 투자하러 왔는데, 오히려 우리 회사가 풀지 못했던 문제의 해답을 얻어간다"고 흡족해 했다.

그래서 이스라엘인들은 한국을 더 애타게 기다렸다. 행사장에서 만난 이스라엘 신생 벤처기업 '스포츠잡스'의 로이 스팀러 CEO는 "한국 스포츠 업계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친구, 동창 누구든 상관없다. 한국 시장을 알고 싶다." 그는 내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1000여 명의 손님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창조경제 모델로 삼겠다던 한국 정부, 정부의 외교 최전방 기지인 LA총영사관, 미국 주류시장에서 성공하겠다는 한국 기업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올해 7년째 행사고, 이스라엘인들이 그렇게나 만나고 싶어하는데도 말이다.

취재를 마치고 나서는데 행사장 바로 옆 '허셔홀' 앞에 걸린 안내 문구가 발목을 잡았다. '일본 회화와 미국: 문화적 교류'라는 주제로 스커볼 측이 마련한 일본 문화 교양강좌가 한창이었다. 한국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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