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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최고의 인테리어는 비우는 것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독서를 예찬한 격언들은 한이 없고, 지금도 여전히 독서는 인격의 수양과 세속적 성공을 위한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로 여겨지고 있다. 오늘은 책 좀 덜 읽자는 말을 하려고 한다.

원불교 대학교 시절, 학기초가 되면 새로 정해진 방별로 환경심사 같은 것을 했다. 정리정돈 상태와 인테리어 등을 심사하는 것인데, 내가 속한 방은 늘 1, 2등을 했다. 멋지고 세련된 장식물이 많거나 특별히 청소를 잘해서가 아니다. 책 10여 권, 옷 예닐곱 벌, 양말과 속옷 약간…명색이 대학생이고, 양복, 외투, 한복, 작업복, 체육복 등 기본적인 옷만 해도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면 간소하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심플' 그 자체였다. '최고의 인테리어는 비우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깨끗하고 단정해 보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까지 머무는 곳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이 어지간한 수용품들은 대체로 구비해 놓고 지내는 편이고, 안목이라도 좀 있는 친구들은 제법 근사한 인테리어 소품들도 멋스럽게 비치해 놓았다. 하지만, 내용물이 많을수록 단정한 느낌을 내기란 쉽지 않다.

불가에서는 지식과 지혜를 구분한다. 지혜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으로 정의한다면 지혜는 수행의 목적, 지식은 지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지식은 멋스런 방을 만들기 위한 인테리어 소품들처럼, 지혜를 얻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임에 틀림없지만, 일정 양을 넘으면 오히려 지혜를 어둡게 한다.



낯선 사람을 보면 으르렁거리며 사납게 짖던 개들이 개장수가 다가가자 눈빛을 피하며 두려움에 떠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이 일반인과 개장수를 기운으로 구별하려면 수행이 상당한 경지에 도달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인간의 과도한 지식이 우리가 본래 갖고 있던 통찰력(지혜)을 사장시켰다고도 본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학문에 빠지면 박식(博識)은 될지언정 정신 기운은 오히려 약해져서 참 지혜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니"라며 대종사께서도 지식의 한계와 폐해를 경계하셨다.

원불교법을 전하는데 참고하기 위해 불교를 비롯한 타종교 서적을 읽기도 하고,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글들을 찾아 읽고는 있지만, 본래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기에 독서량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고, 더구나 이러한 독서가 지혜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처럼 독서를 지나치게 '조심'하는 것도 문제지만, 매주 2~3권씩 책을 구입해 읽는 친구들을 보거나, 두 살 때부터 독서교육을 시킨다는 기사를 접하면 걱정을 넘어 섬뜩한 느낌이 든다. 최소한 지혜의 관점에서 보면 말이다.

일정 양을 넘어서면 지저분해 보이기 십상인 멋지고 근사한 인테리어 소품들처럼,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 정보중심의 사고는 논리중심의 창조적 사고를 저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독서의 기능은 생각의 자료를 얻는데 한정되어야 한다. 최고의 인테리어가 비우는 데 있다고 한다면, 모름지기 최고의 지혜 역시 비우는 데 있다 하겠다.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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