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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학자 “1948년 건국” 진보학자 “1919년 임정이 건국”

[조인스] 기사입력 2015/11/05 11:35

역사학계 첨예한 대립 왜
김영호 “임정은 사상적 기틀
근대국가 세운 건 1948년”
한상권 “1919년 건국으로 봐야
독립운동 전통 이은 나라 돼”

국정 역사 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수립’ 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중 어느 쪽이 선택되느냐는 것은 단순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정부가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가늠케 하는 척도가 된다. 역사학자들이 이에 대한 새 교과서의 서술을 주목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과거 국사 교과서에선 1948년은 대한민국 건립 또는 수립으로 일관되게 표현돼 있다. 이승만 정부의 검인정 고교 국사 교과서는 “1948년 38도 이남에 대한민국이 건립되었으며…”라고 기술했다. 이어 박정희 정부부터 김영삼 정부까지는 1948년에 “대한민국의 수립(성립)을 내외에 선포하였다”고 썼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 집권 시기 진보 성향의 역사학자들은 ‘근·현대사’ 검정교과서부터 대한민국 정부의 국제법적 지위에 관해 수정을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1948년 총선거가 실시된 38도선 이남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집필 기준이 그때 들어갔다. 이는 한반도 내에 또 다른 정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검정을 통과한 좌파 성향의 검정교과서에 대해 수정권고안을 내며 “당시 유엔 결의문(1948년 12월 12일)은 대한민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명기하고 있으므로 ‘38도선 이남’이란 표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 9월 역사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꿨다. 새 교과서는 개정된 역사 교육과정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역사학계는 아직도 이 문제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기초한 근대국가를 세운 1948년을 건국으로 봐야 한다. 국가 수립도 부족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시정부는 사상적인 건국의 기틀이며 그 정신에 따라 1948년 자유 선거를 통해 건국한 것이다. 1919년 건국설은 대한민국 정통성에 대한 부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한상권(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김구 등 독립운동세력은 남북 통일정부 수립을 주장했지만 이승만은 분단 정부로 대한민국을 세웠다. 1919년을 건국으로 봐야 독립운동의 전통을 이은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48년 9월에 나온 첫 관보도 ‘대한민국 30년’으로 썼다. 이승만 자신이 정부 수립이라고 연설했는데 이를 건국이나 국가 수립으로 바꾸는 것은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하면서도 ‘건국일’ 또는 ‘건국절’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기로 한 것은 보수세력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은 2005년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대안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교과서 포럼’을 창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학계 갈등이 심해지기 전에는 정부 수립과 건국이란 용어를 혼용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정부 수립의 과소평가에 대한 반작용으로 건국절 주장이 나와 갈등이 커졌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과 1948년 정부 수립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이 둘을 조화롭게 양립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윤서·노진호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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