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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소리없는 전쟁

김완신 편집위원

이라크의 총성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수많은 생명들이 쓰러져 갔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전쟁의 명문이었던 자유와 정의는 더 이상 찾아 올 것 같지 않은 공허한 외침이 됐고 폭탄테러 사상자는 그 수를 더해만 간다. 30개월을 넘긴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

지난 25일로 이라크 주둔 미군병사 사망자가 2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9월7일 1000명의 전사자 사진을 게재했던 뉴욕타임스는 26일자에서 다시 1000명의 사망자 사진을 실어 전쟁의 참상을 전했다.

전쟁은 이라크 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려는 총성없는 '전쟁'이 이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얼마전 샌프란시스코 법정에서는 한 병사의 시신을 놓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안타까운 소송을 치렀다.

제임스 헨드릭스라는 육군 병사는 지난 2월 이라크 라마디 인근에서 폭탄테러로 전사했다. 아들의 주검을 놓고 제임스의 아버지 러셀 헨드릭스(48)와 어머니 레니 애미크(45)는 법정소송을 제기했다. 1991년에 이혼한 후 러셀은 오클라호마주로 이주했고 레니는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다.

아버지 러셀은 아들이 이라크로 가기 전 오클라호마주에서 자신과 살았기 때문에 오클라호마주에 묻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어머니 레니는 아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캘리포니아에 안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아들이지만 곁에 두고 싶었던 어머니의 소망을 저버리고 법정은 아버지의 편을 들었다. 국방부의 전사자 처리관례에 따르면 이혼한 부모를 둔 미혼병사가 전사했을 경우 아버지와 어머니 중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시신을 인계하도록 되어 있다.

어머니는 아들이 생전에 캘리포니아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은 어머니의 호소는 문서로 남겨져 있지 않아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제임스 병사가 오클라호마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그 주의 주민으로 등록돼 있어 아버지에게 보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길었던 법정소송 끝에 아들은 지난 4월 할아버지가 묻혀있는 오클라호마주 묘지에 안장됐다. 안장되기까지 제임스 병사는 법정판결이 나오지 않아 6주간 냉동상태로 보관되기도 했다.

죽은 아들의 시신만이라도 가까운 곳에 두겠다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법정소송은 일단락됐지만 전쟁의 비극이 포화의 현장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이었다.

전사자가 속출하면서 미국인들의 인내도 한계를 치닫고 있다. CNN과 USA투데이의 공동 조사에서 미국민의 57%가 이라크 전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에서 아들을 잃은 신디 시한으로 촉발된 반전시위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2일에는 전국 70개 도시에서 반전시위가 열렸고 LA 시위에는 800여명의 LA통합교육구 학생들까지 참여해 전쟁중단을 촉구했다.

워싱턴 반전시위에서 "나는 내 아들이 누구를 죽이거나 누구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외쳤던 시한의 목소리는 지금도 들린다.

이 순간에도 '자유'와 '정의'를 위해 병사들이 숨져가고 가족과 친지의 오열 속에 명분없는 전쟁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다.

전쟁은 끝나야 한다. 그리고 희생자 가족의 가슴 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슬픔과의 소리없는 전쟁도 이제는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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