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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오딧세이] '기능의학 전도사' 윌셔 척추센터 조한경 원장

"의사와 약은 건강 지키기 보조 수단일 뿐"

먹는 것과 생활습관 관리 중요성
부친 암 투병 때 절실하게 느껴
병 치료도 환자를 잘 알아야 효과
진료하다가 잔소리꾼 되기 일쑤
약만 믿다간 부작용 크다는 인식
세미나. 컬럼 등 통해 꾸준히 역설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는 행보(行補)가 낫다'

약보다는 먹는 것으로, 먹는 것보다는 걷는 것으로 몸을 다스려야 한다는 이 말은 허준 선생이 쓴 동의보감에 나온 구절인데 사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결코 쉬운 명제는 아니다.

언젠가부터 먹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닌 노동을 위해 먹는 게 아닐까 싶은 기이한 역전현상의 시대 속, 우리는 값싸고 손쉽게 영양소를 채울 수 있는 가공식품과 외식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데다 평소 걸을 일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식보나 행보가 약보보다 되레 100배는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서 몸이 아프면 당장 불편한 증상만을 없애주는 약에 의존하게 되고, 큰 잔소리 없이 약만 처방해주는 의사를 선호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 진료실을 찾는 환자를 붙들고 굳이 먹는 것부터 생활습관까지 꼼꼼히 따져 묻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 타박까지 하는 '간 큰' 젊은 의사가 있다. 바로 윌셔 척추센터 조한경(41) 원장이다. 이 쾌활하고 열정적인 수다쟁이 의사를 LA한인타운 그의 진료실에서 만나봤다.

#레슬러, 척추신경 전문의가 되다

14세 때 가족 이민 온 그는 중.고교 시절을 헌팅턴비치에서 보냈다. USC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남가주 헬스사이언스 대학교에서 수학, 2000년 척추신경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고교시절 레슬링 팀 활동을 한 덕분에 부상이 잦았죠. 한번은 두 달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심한 부상을 당했는데 그때 척추신경 전문의였던 팀 닥터 덕분에 호전되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자격증 취득 후 전문 클리닉에서 근무하다 2005년 가든그로브에 자신의 병원을 개원했다. 직원이 30여명에 이를 만큼 규모가 큰 전문 병원으로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디스크 감압치료 및 레이저 치료를 시작했고 LA 분원까지 오픈할 만큼 번창했다. 그러다 2008년 사업차 한국행을 결정하면서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서울에서 3년간 생활하기도 했다. 한국에 있으면서 사업은 그리 순탄치 않았지만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유명 척추전문병원에서 근무하기도 했고 한 공중파 방송국 의학전문 기자직에 도전, 최종 면접까지 갔다 신분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러다 2011년 다시 미국행을 거쳐 지난 해 윌셔 척추센터를 오픈했다.

#기능의학에 매료되다

그가 기능의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것은 부친의 암 투병 때문이었다. 2003년 말기 암 진단을 받은 부친의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던 차 기능의학(functional medicine)을 접하게 된 그는 '먹는 것'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깨닫게 됐다. 그래서 가공식품을 끊고 유기농 식품 위주로 부친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담긴 식단을 구성했다. 그렇게 식보를 선택한 덕분이었는지 7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부친은 6개월 뒤 암세포가 작아졌다는 기적적인 진단을 받았고 병도 차츰 호전됐다. 그러다 발병 4년 만에 사업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로 부친의 병이 악화되면서 2006년 임종을 지켜봐야만 했다.

"당시엔 먹는 것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스트레스 관리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게 죄책감으로 남았죠.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더 기능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몰두하게 된 것 같습니다."

최근 의학계의 화두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기능의학은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 단순히 약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음식과 운동, 생활습관 교정 등을 통해 병을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미국 의학계에서도 기능의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 기능의학 학회가 조직된 것은 물론 하버드, 예일, 다트머스 등 유명 의과대학에 전공의 과정이 생기면서 전문의들도 속속 배출되고 있다. 그 역시 현재 기능의학 전문 코스를 밟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기능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보니 그는 첫 내원 환자들과는 식습관, 생활 습관에서부터 만성질병까지 두루두루 '수다'를 떠느라 1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환자의 식습관에서부터 생활습관까지 알아야 병의 원인을 발견하고 치료를 도와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척추신경전문의와 기능의학이 생소한 조합처럼 보이지만 근육 통증에서부터 척추질병까지 모든 게 다 먹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식단과 영양소 균형에 대해서는 환자들에게 잔소리가 많은 편이었죠.(웃음)"

#잘 먹으면 약이 필요 없다

이처럼 '잘 먹으면 약이 필요 없고 막 먹으면 약도 소용없다'는 그의 오랜 신념은 그의 웹사이트 (drjoshuacho.com)를 살펴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그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최근 의학계에 핫이슈가 되고 있는 콜레스테롤 치료제 복용에 대한 문제점과 항암치료제의 부작용, 거대한 암 산업 이면 등을 취재한 해외 유명 다큐멘터리를 그가 번역한 한글 자막과 함께 만나 볼 수 있다. 또 의학 관련서적 번역에도 열심인 그는 미국 내 베스트셀러였던 '암을 고치는 미국 의사들'을 번역, 올해 한국에서 출판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엔 '의학을 다시 생각하다(가제.Rethink Medicine)'라는 책의 번역도 시작해 내년 탈고를 목표로 번역 작업에 몰두하고 하다.

"약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사람들은 작은 물건 하나 쇼핑할 때도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의 건강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무조건 의사에게, 약에게만 의존한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나요? 결국 의사와 약은 그저 보조적인 역할만을 할 뿐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자신의 의지와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책과 진료 현장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건강 세미나를 통해 혹은 본지 칼럼 등을 통해서도 꾸준히 건강 강의를 해오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 관절염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부작용이나 합병증으로 약의 가짓수만 늘리는 환자들을 종종 보게 돼요. 이런 성인병 치료를 위해서는 근본 원인을 분석해 평소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고치는 게 더 중요한데 말이죠. 그래서 강의를 통해 스스로 병을 고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것이 바람입니다."

누구나 다 똑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원래 지도 위 길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게 아닌 이렇게 누군가 한 발자국씩 걸어가면서 만들어져 갔을 테니까. 그가 만들어 갈 그 길이, 그가 완성할 지도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주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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