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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조선 영조의 숨은 장수비결

[LA중앙일보] 발행 2015/11/10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11/09 22:04

이종호/논설위원

왕은 늘 불안한 자리다. 스트레스 지수 최악이다. 국정 현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반역과 역모에도 늘 노심초사다. 왕비와 후궁의 알력, 그들로부터 태어난 왕자들간의 시샘과 견제는 또 얼마나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드는가. 그래서일까. 조선 왕의 평균 수명은 47세에 불과했다.

조선 왕 27명 중 환갑을 넘긴 왕은 단 5명뿐이다. 1대 태조(74세), 2대 정종(63세), 15대 광해군(67세), 21대 영조(83세), 26대 고종(68세)이 그들이다. 이중 영조를 제외한 4명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임금 자리를 일찍 물려 주고 나온 덕에 그 정도나마 오래(?)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오래 살았던 왕은 고구려 장수왕(394~491)이다. 광개토대왕의 아들로 97세까지 살았다. 18세에 왕위에 올라 무려 79년을 다스렸다. 두 번째로 장수한 왕은 영조다.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이는 조선 왕가의 비극적 가족사를 그린 영화 '사도'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바로 그 임금이다. 52년을 보위에 있었고 83세까지 살았다. 요즘으로 치면 거의 100세라 할 수 있는 나이다. 장수비결이 무엇이었을까?

선천적으로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부왕 숙종도 당시로서는 오래 산 편인 60세까지 살았고, 어머니 숙빈 최씨 역시 무척 강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검박한 생활과 절제된 섭생이야말로 건강장수의 진짜 비결이었다.

첫째,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고 현미, 잡곡에 채식을 즐겼다. 영조는 어린 시절 궐 밖에서 거칠게 자랐다. 먹는 것, 입는 것, 생활 습관 모두 질박 검소할 수밖에 없었다. 왕이 된 뒤에도 이런 습관을 계속 유지했다. 하루 5번씩 올라오는 수라를 3번으로, 30여 가지나 되는 수라상 반찬을 반으로 줄이라 한 것이 그 예다.

둘째,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꼭 시간 맞춰 챙겨 먹었다. 스트레스 조절에도 신경을 썼다. 예를 들어 사형 등 좋지 않은 사안에 대해 수결을 한 뒤엔 꼭 손을 씻어 찜찜한 마음을 털어냈다고 한다.

셋째, 많이 걸었다. 영조는 조선 왕 중 가장 많은 잠행을 했다. 백성의 삶을 직접 살피기 위해 부지런히 궁 밖 시찰을 다닌 것이다. 당연히 걸어 다녔고 저절로 운동이 되었다.

넷째, 술을 절제했다. 조선시대에는 쌀이 부족했기 때문에 술을 빚지 못하도록 금주령이 자주 내려졌다. 이를 가장 강력히 시행했던 왕이 영조였다. 물론 스스로도 솔선수범했다. 대신 인삼이 들어간 차나 한약을 즐겨 마셨다. 영조가 70대 중반까지 수염이나 머리가 세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다섯째, 수시로 검진을 받았다. 조선 왕은 닷새마다 한 번씩 건강상태를 세밀하게 점검받게끔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많은 왕들의 요절이 이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반면 영조는 닷새도 짧다하여 2~3일에 한 번씩 의원을 만났다.

끝으로 말년까지 부부금실이 좋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영조는 66세 때 15살의 정순왕후를 두 번째 왕비로 맞았다. 첫 왕비 정성왕후는 53년을 부부로 살았지만 영조는 첫 부인이 아닌 계비와 함께 동구릉의 원릉(元陵)에 잠들어 있다.

오래 사는 게 능사는 아니다. 건강 장수라야 100세 시대의 진정한 축복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똑같은 차도 몇 년 안 가 망가지는 것이 있고 10년, 15년을 타도 멀쩡한 차도 있다. 평소 어떻게 관리했느냐의 차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체질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후천적 관리는 하기 나름이다.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든 지지하든, 도널드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하든, 일단 밥은 잘 챙겨 먹자. 술은 적당히, 운동도 열심히 하자. 수시로 몸 상태도 점검하고, 무엇보다 배우자를 사랑하자. 장수 임금 영조가 그랬던 것처럼.

어느 것 하나 내 뜻대로 안 되는 세상, 건강한 연후에라야 싸우든 말든 할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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