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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가정폭력과 미장원 '수다'

김완신 편집위원

가정폭력이 심각하다. 지난달에는 애인을 폭행한 한인 남성이 체포됐고 얼마전에는 50대 남성이 아내를 칼로 찔러 살인미수로 기소되기도 했다.

한인가정상담소의 통계에서 7~9월사이 가정폭력 상담건수가 155건에 달해 이전 3개월에 비해 무려 4배 넘게 늘었다. 한인사회의 가정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가정폭력은 일종의 범죄행위지만 여타 범죄와는 성격이 다르다. 일단은 폭력행위가 반복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다른 범죄들처럼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또한 가정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가족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겉을 드러내지 않아 치료 안된 병처럼 점점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CBS뉴스 인터넷판은 만연돼 있는 가정폭력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미장원'의 역할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 보냈다. 미장원은 주로 여성들이 많이 찾고 고객과 미용사의 격의없는 대화가 오가는 곳이다. 미장원의 대화는 그다지 건설적이거나 진중한 내용은 아니고 일상사의 자잘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런 곳에서 가정폭력의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현재 미장원을 중심으로 '컷 잇 아웃(Cut It Out)'이라는 프로그램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미용사들이 고객의 머리를 손질하면서 대화하는 중에 가정폭력의 징후(?)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가정폭력은 고객 몸에 남아있는 상처를 보거나 대화를 통해 미용사들이 감지하게 된다.

'컷 잇 아웃'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여성들이 미용실에서만은 자신들의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 놓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한 여성은 "가족이나 친지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 하려 해도 그들이 실망할까봐 할 수 없지만 미용실에서는 부담없이 털어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는 아주 친한 사람에게는 하기 어렵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제 3의 상대에게는 가능하다. 거기다가 심리적으로 느슨한 공간인 미용실에서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풀어 나갈 수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 가입된 미용실에서는 비디오를 통해 직원들에게 가정폭력을 겪고 있는 여성 고객이 왔을 때 대처요령을 교육하고 있다. 교육의 요점은 절대로 고객을 상담하지 말고 다만 이야기를 들어주고 신고를 권유하는 것에 그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가정폭력을 당한다는 사실을 주위에 알려 적극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장원은 가정폭력의 '신문고' 역할을 할 수가 있다. '나만 참으면 가정의 평화가 유지된다' 생각을 떨쳐 버릴 때 비로서 가정폭력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주면 추수감사절이고 이제 연말이 다가온다. 쌀쌀해진 날씨가 가정의 따스함을 더욱 그립게 하고 세모의 허전함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가정은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행복의 터전이고 지친 몸과 마음을 누일 수 있는 곳이다. 가정폭력 때문에 웃음 가득해야 가정을 '사건 현장'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지금도 즐거운 '수다'가 이어지는 미장원. 그 곳을 고통을 호소하는 가정상담소가 아니라 그들만의 유쾌한 공간으로 남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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